뒤집고 뒤집히고… 김태술 ‘마무리 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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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Q 연속득점으로 승리 발판
인삼공사, SK와 1승1패 원점

“대학 선배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SK와 2012∼2013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를 치르고 있는 인삼공사의 이상범 감독은 양 팀의 2차전을 앞두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4강에 진출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하다는 것이다. 인삼공사는 SK와의 1차전(1일)에서 후반전에 급격히 발이 무뎌지며 67-75로 졌다.

연세대 88학번인 이 감독은 문경은 SK 감독(연세대 90학번)의 대학 선배다. 문 감독이 신입생일 당시 룸메이트가 이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정신력으로 극복해 선배로서의 자존심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의 자부심을 지켜내고 싶다”고 했다. 이에 문 감독은 “감독으로서는 선배에게 배울 점이 많지만 팀으로서는 아니다. SK도 정규리그 1위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여 승리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두 감독 간의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승리는 대학 선배인 이 감독의 몫이었다. 인삼공사는 SK를 70-6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었다. 경기 초반에는 SK가 앞섰다. SK 김선형(18득점)은 1쿼터에만 6점을 몰아넣으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14-7로 SK가 앞선 채 맞이한 2쿼터. 이때부터 인삼공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인삼공사는 2쿼터에만 3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킨 최현민(20득점)의 외곽포로 추격을 시작해 2쿼터 종료 34초를 남기고 29-2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양 팀은 네 차례 동점과 10차례 역전을 오가는 접전을 펼쳤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인삼공사 김태술(6득점)과 키브웨 트림(8득점)이었다. 인삼공사가 55-61로 밀리던 4쿼터 종료 4분 38초 전. 김태술은 이때부터 연속으로 2점 슛을 성공시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트림은 4쿼터 종료 3분 9초를 남기고 천금같은 2점 슛을 성공시켜 역전을 만들어냈다. 두 선수는 다득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인삼공사는 바닥난 체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막판 수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선수들이 4쿼터에 보여준 투지에 나도 놀랐다. 정신력에서 SK를 앞섰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팀의 3차전은 5일 인삼공사의 안방인 안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문경은#김태술#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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