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0만달러짜리 불펜투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6100만 달러(약 667억 원)를 투자한 투수에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즌 초 불펜 투수로 시작하라는 경우는 최근 들어 류현진(26·LA 다저스·사진)이 처음이다.

2007년 보스턴의 마쓰자카 다이스케(33·현 클리블랜드)나 2012년 텍사스의 다루빗슈 유(27)에게 불펜행을 권고한 적은 없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불펜행은 MLB닷컴의 기자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 최대 일간지이며 가장 영향력이 있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동안 류현진이 11일 현재 3차례 등판하는 동안 한 번도 불펜행을 언급하지 않았다. 류현진과 마쓰자카, 다루빗슈는 금액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구단이 거액을 투자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영입한 투수들이다.

2007년 마쓰자카는 시범경기에서 5차례 선발로 등판했다. 시범경기부터 인상적인 피칭을 과시하긴 했다. 5경기에서 21과 3분의 2이닝 동안 11안타(3홈런), 8실점(7자책점), 11볼넷, 26삼진을 기록했다. 피안타율 0.147,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1.02로 빼어난 피칭이었다. 실체도 없는 자이로볼이 언급되기도 했다. 마쓰자카는 그해 4월 6일 정규시즌 캔자스시티와의 데뷔전에서 7이닝 6안타 1실점 1볼넷 10삼진으로 역투하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다루빗슈는 시범경기에 4차례 선발 등판했다. 마쓰자카와 마찬가지로 선발로만 등판했다. 다루빗슈는 4경기에서 15이닝 12안타(1홈런), 6실점, 8볼넷, 21삼진을 작성했다. 피안타율 0.226, WHIP 1.33을 기록하고 정규시즌 시애틀과의 데뷔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 8안타 5실점 4볼넷 5삼진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팀이 11-5로 이겨 승리 투수가 됐다.

11일 현재 류현진은 1경기 구원, 2경기 선발로 나서 6이닝 8안타 4실점 2볼넷 9삼진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 0.320, WHIP 1.67이다.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불펜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체인지업은 수준급이지만 직구는 평범하고, 커브와 슬라이더는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그의 불펜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6100만 달러를 투자한 투수에게 적응이 덜됐으니 불펜 투수로 시작하라는 것은 난센스다. 류현진은 지난 7년간 한화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그냥 놔두면 제 실력을 찾을 것이라는 게 한국에서 그를 바라보는 보는 관점이다. 불펜 투수로는 적응도 안 돼 있다. 불펜에서 볼이 좋아진다는 확신도 없다.

물론 팀 사정상 시범경기에서 제5선발로 밀려 시즌 개막 때 불펜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있다. 다저스의 개막 일정은 3연전 후 쉬는 날, 3연전 후 이동일이다. 에이스는 무조건 4일 휴식 후 등판이기 때문에 초반 3차례 3연전까지는 5선발이 필요 없다. 대부분의 팀들이 쉬는 일정이 연거푸 포함돼 있으면 개막 초 제5선발을 불펜 투수로 활용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류현진의 투구 내용이 지금보다 확실히 좋아지지 않을 경우 제5선발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코칭스태프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정규 시즌 개막(4월 2일)까지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texas@hotmail.com
#류현진#불펜투수#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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