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불펜 가능성 왜?… 원인은 ‘투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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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5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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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LA 다저스)이 2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동아닷컴
류현진(LA 다저스)이 2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동아닷컴
[동아닷컴]

미국 언론은 최근 ‘류현진(26·LA 다저스)이 선발투수가 아닌 중간계투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와 ESPN은 지난 3일과 4일(이하 한국시간) 각각 류현진의 불펜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프링캠프가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 것도 단 2번만의 등판 후에 제기된 류현진의 불펜 가능성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보여준 투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얘기는 달라진다.

류현진은 시범경기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총 2번 등판했다. 첫 번째는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두 번째는 선발로 나서 2이닝 2실점했다. 겉으로 드러난 총 3이닝 2실점은 결코 좋은 결과는 아니다. 그렇다고 곧바로 불펜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최악의 투구도 아니었다.

실제로 류현진을 포함해 올 시즌 다저스의 선발 5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8명의 후보 가운데 3이닝 2실점 한 투수는 많다. 그 중에는 올해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해 2선발이 유력한 잭 그레인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상대했던 타자들의 실력은 분명 확실한 차이가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그레인키에 이어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첫 등판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투수 앞 땅볼과 삼진으로 2아웃을 잡은 뒤 다음 타자 드웨인 와이즈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와이즈는 지난 200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노장이자 거의 매년 유니폼을 갈아입은 저니맨으로도 유명하다. 빅리그 데뷔 후에도 매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분류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실력이다. 빅리그 통산 타율 또한 0.228로 매우 낮다.

류현진은 2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2이닝 4피안타 2실점. 피안타 중에는 강타자 조시 해밀턴에게 얻어 맞은 홈런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나머지 3안타는 모두 무명선수들에게 얻어맞았다.

1회에 2점 홈런을 허용한 뒤 2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 루이스 로드리게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루이스 히메네즈에게도 우전안타를 허용하더니 이어 등장한 안드류 로마인에게 또 다시 중전안타를 내줬다. 3타자 연속 안타였다. 당시 1루 주자 로드리게스가 3루에서 주루사 당하지 않았다면 대량 실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와 류현진에게 안타를 뽑아낸 로드리게스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되지 않은 스프링캠프 초청선수이다. 올해 나이 32세로 빅리그 데뷔는 2005년에 했지만 그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무명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0.238.
류현진(LA 다저스)이 2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조시 해밀턴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동아닷컴
류현진(LA 다저스)이 2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조시 해밀턴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동아닷컴

히메네즈는 올해 26세로 빅리그 경험이 전무하다. 올해 처음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신인으로 엄격히 말하면 아직 마이너리거이다.

로마인(28)은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고 메이저리그 경험도 고작 27경기가 전부. 빅리그 통산 타율 또한 0.227로 매우 낮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커쇼와 그레인키 또한 시범경기에서 2점 이상의 실점을 허용했지만 그들이 상대한 타선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주전 선수들이었다. 표면상으로는 비슷한 실점일지라도 그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류현진의 불펜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스프링캠프 초기에 가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팀 승리에 보탬이 되면 좋겠지만 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선발 로테이션에 잔류해 꾸준히 등판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바 있다. 덧붙여 “코칭스태프도 류현진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가 처음인 그에겐 낯선 환경과 언어 그리고 팀 동료 등 새로운 것들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면상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면에는 그가 류현진을 얼마나 아끼고 배려하는지를 알 수 있다. 조급하게 류현진을 선발로 기용해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기 보다는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거쳐 롱런할 수 있는 팀의 주축 선수로 키우겠다는 생각이기 때문.

류현진이 다저스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할지 아니면 미 언론의 보도처럼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할 지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류현진이 무명 선수들조차 제대로 압도하지 못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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