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말보다 주먹입니다” 임현규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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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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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감량 실신’ 충격 딛고 3월 日서 UFC 데뷔 재도전

3월 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임현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코리안탑팀 체육관에서 탄탄한 식스팩 근육을 자랑하며 포즈를 취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3월 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임현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코리안탑팀 체육관에서 탄탄한 식스팩 근육을 자랑하며 포즈를 취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말이 짧다.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은 단답형이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말을 잘했는데…. 약 석 달 만에 만난 임현규(28·코리안탑팀)는 말수가 줄어 있었다.

“돌이켜보니 지난번에는 여기저기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이번엔 말을 좀 아끼기로 했습니다.” 그가 말한 ‘지난번’은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 격인 UFC 데뷔전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9, 10월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몰리던 때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10일 마카오에서 UFC 데뷔전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대회 이틀을 남기고 마카오 현지에서 체중 감량을 하다 쓰러져 UFC 무대인 옥타곤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거의 ‘멘붕(멘털 붕괴)’ 상태였죠. 창피해서 한동안 사람들도 못 만났습니다. 체급 경기인 격투기 선수가 감량에 실패했으니 할 말이 없죠.” 감량 실패로 데뷔전을 날린 그는 거의 한 달 동안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사람들을 만나봐야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볼 것 같았어요.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그는 웰터급(77kg) 파이터다. 운동하지 않을 때의 평소 몸무게는 95kg 안팎. 경기에 나가려면 20kg 가까이 빼야 한다. 그는 당시의 감량 실패에 대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 욕심을 부렸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감량 기간이 짧을수록 체중이 회복되는 속도가 빠르다. 회복이 빠른 선수의 경우 계체량 후 한나절만 지나도 10kg이 늘어난다.

UFC에서 감량에 실패한 선수에게 기회를 다시 주는 건 드문 일이다. 하지만 그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 코리안탑팀의 하동진 감독은 “현규는 동양인으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체격이다. UFC도 계약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임현규는 키 187cm에 윙스팬(양팔을 벌렸을 때 길이)이 200cm나 된다. 그는 3월 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마르셀루 구이마라이스(30·브라질)를 상대로 UFC 데뷔전을 치른다. 이번엔 조금 서둘러 몸만들기에 들어가 8일 현재 88kg까지 몸집을 줄였다.

그에게 각오를 물어봤다. “없습니다. 이번엔 이기고 난 뒤에 얘기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데뷔전이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싸울 것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하 감독이 “이제 시작인데 마지막이라니, 초 치는 것도 아니고…”라며 핀잔을 줬다.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다는 얘깁니다, 감독님.”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임현규#U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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