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에 수영까지? 경주마도 ‘살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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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일 07시 00분


말 전용 수영장에서 수영훈련을 하고 있는 경주마. 수영은 경주마의 지친 근육을 풀어주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훈련방법이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말 전용 수영장에서 수영훈련을 하고 있는 경주마. 수영은 경주마의 지친 근육을 풀어주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훈련방법이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트레드밀-체중감량·수영-심폐강화 효과
훈련 후엔 온열 마사지로 쌓인 피로 풀어


경주마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정도 경주에 출전한다. 하지만 경주가 없는 날이라고 해서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경주 출전을 앞두고 2주 정도는 실전에 가까운 강훈련을, 경주 후에는 다음 경주를 위해 몸을 만드는 다소 가벼운 훈련을 약 2주간 받아야 한다.

경주마의 훈련은 새벽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한다. 오전 4∼5시 정도의 새벽에 훈련을 하는 이유는 이 때가 경주마의 신체리듬이 가장 안정되어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실전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새벽훈련과 달리 오후훈련은 산책 수준으로 가볍게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오후훈련까지 마치면 경주마는 비로소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비만 경주마는 트레드밀 특훈

경주마는 경주로나 실내마장을 걷고 달리는 훈련만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볼 수 없는 경주마만의 특별한 훈련도 있다.

경주마를 위한 트레드밀(러닝머신)도 그중 하나. 경주마의 숙식처인 마사동에 가면 마치 놀이동산의 회전목마처럼 생긴 기구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경주마 트레드밀이다. 경주마들은 이 트레드밀에 올라 걷거나 달리게 되는데 여름에는 온 몸에 소금기가 돋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이 트레드밀은 주로 체중감량이 필요한 말들이 사용한다. 비만 경주마의 경우에는 아예 통풍이 안 되는 땀복을 입혀 뛰게 만든다고 하니 ‘살과의 전쟁’은 말이나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

○휴식도 훈련…샤워 후 원적외선 찜질도

수영은 사람뿐만 아니라 말에게도 좋은 운동이다.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경주마의 훈련을 위한 수영장이 있다. 수영은 경주마의 뭉친 근육을 풀거나 운동기질환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심폐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훈련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둘레 55미터, 수심 3미터의 경주마 수영장은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1400미터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한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수영장은 수영을 하다가 배설을 하는 말들이 있기 때문에 최첨단 정화시설과 샤워장을 갖추고 있다.

휴식도 훈련의 연장이다. 훈련을 마친 뒤 원적외선을 쬐며 운동으로 쌓인 피로를 푸는 경주마들도 있다. 특히 수영훈련 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뒤 원적외선을 쬐며 온열 마사지를 받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사지를 받는 동안에는 말들도 사람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낸다는 사실.

피부손상을 막기 위해 운동 후에는 바셀린이나 오일 등도 몸에 듬뿍 발라준다. 말은 사람처럼 감기에 걸리기 쉬운 동물이기 때문에 훈련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할 때는 ‘천연 가죽옷’ 위에 특수 제작된 ‘마의’를 입는다. 착용감이 좋은 모직 안감에 방풍, 방수기능이 뛰어난 옷으로 사람이 입는 아웃도어 점퍼가 부럽지 않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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