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오 酒여∼감독도 못알아본 만취선수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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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9일 07시 00분


전훈의 계절…선수들 네 가지 경계령

1. 술-밤샘음주 딱걸려 곧바로 트레이드
2. 도박-훈련 땡땡이…베팅만 하다 쪽박
3. 여자-‘호텔 청소부 성추행’ 미스터리
4. 폭력-현지인과 몸싸움…사회문제로


전지훈련이 시작되면 구단은 평소보다 더 긴장한다. 젊은 혈기의 선수들을 해외에 모아놓으면 언제 어디서 사건사고가 터질지 몰라서다. 이 시기의 선수들은 시한폭탄과 같다.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4가지를 조심시킨다. 술과 도박, 여자, 그리고 싸움이다. 구단직원과 코치들이 매일 밤 숙소를 지키고 선수들의 방을 불시에 점검하지만 사고는 이어졌다.

○파친코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일본

일본은 어디를 가나 구슬오락기(일명 파친코)가 있다. 늦은 밤 불이 환하게 켜진 곳은 모두 구슬오락실이라고 보면 된다. 적당히 하면 좋으련만 승부욕이 유달리 강한 선수들은 이 기계에 자신의 야구인생을 건다. 처음에는 휴일에 심심풀이로 시작하지만 결말은 뻔했다. 용돈을 따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기계를 이길 수는 없었다. 가끔씩 잃어주던 기계들이 선수들의 귀국이 다가오면서 확률이 묘하게도 줄어들었다. 본전 생각에 선수들은 차츰 자율훈련을 빼먹고 기계 앞에 모였다. 그것도 지나면 식사 시간에 몰래 빠져나가 기계 앞에 섰다. 불편한 자세로 하루 종일 오락실에서 지내다 몸에 이상이 생겨 다음날 훈련을 못하는 선수도 나왔다.

그 단계를 뛰어넘는 중증 상황에 빠진 선수의 에피소드 하나. 경기장에서 뛰면 5분 거리에 오락실이 있었다. 귀국할 날이 가까워졌지만 잃은 액수가 만만치 않았다. 점심시간에 밥도 거르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야간훈련 때도 몰래 빠져나갔다. 그마저도 안 되자 이번에는 대낮에 훈련 도중 사라졌다. 마침 팀이 연습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가 사라지고 나서야 구단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다. 게다가 돈을 잃은 선수가 기계에 화풀이는 하는 바람에 종업원과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구단이 간신히 사건을 무마했다. 그 선수는 얼마 뒤 은퇴했다. 심심풀이로 동료들과 고스톱을 치다 싸움이 나서 징계를 받은 심판도 있었다.

○카지노에 망한 호주

호주는 도박을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카지노가 문제다. 훈련캠프 부근 카지노의 전광판이 항상 선수들을 유혹했다. 구단도, 코칭스태프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충분히 대비를 했다. 밤에 코치들이 숙소를 지키며 선수들의 도박을 막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한 술 더 떴다. 아예 밤새도록 도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동료들의 산책 때 돌아왔다. 전훈 막바지에는 가져온 돈을 모두 잃자 카드로 대출을 받았다. 그것도 안 되자 동료에게 빌리고 한국에 연락해서 송금을 부탁하는 등 그 액수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어떤 팀은 단체로 선수들끼리 카드 빚보증을 서주는 바람에 시즌 내내 그 후유증에 시달렸다. 요즘 구단이 선수들의 빚보증을 금지시키는 것은 그때의 교훈 때문이다. 최악은 동료선수가 꽁지 돈을 빌려 준 경우였다. 팀워크의 와해였다. 그 팀은 결국 시즌을 꼴찌로 마쳤다.

○성추행, 폭행, 훔쳐보기까지…사건사고의 천국 하와이

휴양지 하와이는 선수들을 유혹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한국식 술집도 여기저기다. 2003년 두산의 어느 선수가 현지인과 싸움을 하다 사회문제가 됐다. 시즌 뒤 그 구단의 감독이 교체되는 비극을 겪었다. 지금 모 방송의 해설위원으로 있는 A의 해프닝. 훈련 마지막 날은 코칭스태프가 가장 경계수위를 높였다. 훈련을 잘 마친 기념으로 신나게 마시는 선수들이 많았다. 코칭스태프도 “오늘은 더욱 몸조심하라”고 사전에 경고를 했다. 예상대로 무서운 그 감독이 호텔 로비에서 선수들을 지켰다. 그러나 A는 새벽에 곤드레만드레가 된 채로 호텔로 들어왔다. 감독의 얼굴도 몰라봤을 정도로 만취해 로비에 드러누웠다. 감독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자마자 2군으로 내려 보냈다. 곧이어 트레이드.

하와이에서 어느 구단은 선수들이 단체로 훈련을 거부해 항명소동이 벌어졌다. 호텔에서 일하는 여자 청소부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고발하는 바람에 모 구단의 선수가 동료들과 함께 귀국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그는 억울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진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창피한 이야기도 있다. 어느 선수가 밤에 숙소에서 건너편 방을 몰래 훔쳐봤다. 하필이면 한국에서 온 신혼부부였다. 신부가 그 선수의 얼굴을 얼핏 봤다. 머리를 짧게 깎은 선수라고 증언했다. 망신이었다. 호텔에서는 그 선수를 찾으려고 했다. 문제가 커질 뻔 했으나 다음날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팀의 최선참이 후배들에게 모두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명령했다. 결국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어느 해에는 유명 여자가수가 남자문제로 투신을 하는 바람에 전지훈련 취재를 갔던 기자들이 독박을 썼다. 훈련장은 가 보지도 못하고 여가수가 입원한 병실 앞에서 매일 대기하면서 투신 관련 기사를 보내야만 했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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