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영 “얼마 버느냐고요? 연봉 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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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9일 07시 00분


12일 그에게 우승을 안겨준 애마 ‘라온비상’과 함께 한 첫 여성 조교사 이신영. 과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12일 그에게 우승을 안겨준 애마 ‘라온비상’과 함께 한 첫 여성 조교사 이신영. 과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데뷔 1년6개월만에 39승…다승 9위 상승세
기수땐 독종…그땐 저 건드리면 큰일났어요
365일 강행군…이젠 부드러운 여자랍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신영입니다.”

툭툭 끊어지는 말투, 남자같은 몸짓. 마치 TV 사극 드라마에서 종종 보는 남장 여인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2011년 7월부터 서울경마공원 14조를 책임지는 이신영 조교사(33)는 우리나라 경마사상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여성 조교사이다.

조교사 데뷔 1년6개월 동안 거둔 성적은 251전 39승, 2위 23회, 3위 24회. 첫 해인 2011년 8승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2012년에는 190전 29승을 거둬 전체 54명의 조교사 중 다승 9위를 차지했다. 남자 조교사들과 비교해도 대단한 상승세다.

이신영 조교사는 기수 시절에도 남자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01년 기수로 데뷔해 2011년 6월 은퇴하기까지 895전 90승, 2위 68회, 3위 58회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1년 7마리의 말로 시작한 14조 마사는 현재 26마리를 관리하고 있다. 관리하는 말이 는다는 것은 마주들이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 지난해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미국 경주에서 우승한 ‘필소굿’도 14조 소속이다. 2012년에는 한국마사회로부터 최우수마사에 해당하는 ‘으뜸마사’로 선정됐다.

“겉만 보면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속은 부족한 점 투성이다. 조교사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경험을 쌓아야 한다.”

○지금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기수시절엔 독종

남자같은 스타일이 눈에 띄지만 지금은 그래도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모습이라고 한다. 기수 시절 그를 표현하는 말은 ‘독종’, ‘근성’, ‘터프’였다. 남자기수들 사이에서 “이신영은 건드리면 큰일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였다. 이런 모습은 기수 시절 스승으로 모시던 17조 김점오 조교사의 영향이 컸다. 김 조교사는 그에게 “너만의 무기를 만들어라”라고 주문했고, 이신영이 선택한 것은 ‘독기’였다.

경주 중 훼방을 놓는 상대가 있으면 입상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뒤쫓아 보복을 했다. 이 조교사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오늘 신영이가 선행간다’면 꼬리들을 내리고 길을 내주더군요”하며 웃었다.

○1년 365일 강행군, “말이 자식처럼 느껴져”

기수에 비해 조교사의 일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교사의 출근시간은 기수와 마찬가지로 새벽 5시. 말을 훈련시키면 기수는 쉴 수 있지만 조교사는 그럴 수 없다.

경주편성이 확정되면 마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보고를 하고, 관리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레이스 전략을 짠다. 또한 좋은 말을 수급하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은 제주도로 내려가 경주마 목장을 순례한다. 마사 행정도 관리해야 한다. 이런 생활이 휴일 없이 1년365일 계속된다.

이 조교사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일은 하루 평균 50통에 달하는 업무 관련 통화다. 녹초가 된 어느 날, 하루 통화 수를 세어보니 무려 120통이나 됐다. 그날 그는 마사 한 구석에 앉아 기수시절에는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렇게 강행군 하는 조교사의 수입은 얼마일까.

“억대를 번다고 해도 대부분 상금수익이라 안정적인 수입으로 보기 어렵다. 평균 7000∼8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기수 때는 월 1200만원을 번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이 조교사는 기수보다 조교사로서 우승하는 것이 훨씬 더 기쁘다고 했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경이랄까. 우리말이 달리면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퍽퍽’하고 귀에 들릴 정도다. 경주가 끝나면 말이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 기수 때는 이런 걸 몰랐다.”

이 조교사의 희망은 언젠가 은퇴를 하는 그날까지 ‘지금의 열정’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을 지금처럼만 유지했으면 좋겠다. 1등, 50승 같은 것은 내 목표가 아니다. 모든 걸 지금처럼만 유지한다면, 그 이상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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