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영웅’ 39세 이운재, 골키퍼 장갑 벗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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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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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한 골 먹고… 세상에 한 골 먹고…

‘이때의 감동을 기억하시나요.’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한일 월드컵 8강전. 이운재가 연장까지 0-0으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한국은 그의 선방에 힘입어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5-3으로 꺾고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다. 10년 전 국민을 열광케 한 ‘영웅’ 이운재가 11일 은퇴를 선언했다. 동아일보DB
‘이때의 감동을 기억하시나요.’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한일 월드컵 8강전. 이운재가 연장까지 0-0으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한국은 그의 선방에 힘입어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5-3으로 꺾고 아시아 국가로선 처음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다. 10년 전 국민을 열광케 한 ‘영웅’ 이운재가 11일 은퇴를 선언했다. 동아일보DB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 한국의 수문장 이운재(39·전남)는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낸 뒤 두 손을 굳게 맞잡고 승리를 확신한 듯 미소 지었다. 한국은 그의 선방에 힘입어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5-3으로 꺾고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뤄냈다. 국민은 열광했고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제 이운재의 모습을 더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이운재는 11일 에이전트사인 모로스포츠 마케팅컴퍼니를 통해 “선수 생활 지속과 은퇴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오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떠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은퇴하는 것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운재는 1996년부터 수원 삼성에서 뛰다 2011년에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였던 정해성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전남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정 감독이 올 시즌 중반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고 전남이 세대교체 작업을 추진하면서 은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남은 7일 이운재에게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이운재는 프로축구 K리그 410경기에 출전해 425골을 실점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단 뒤 17년 동안 132경기의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 나섰다. 그는 홍명보(136경기)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많은 A매치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거미손’ ‘태극 수문장’으로 불리며 많은 팬의 사랑을 받은 그였지만 선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7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기간에 술을 마신 것이 알려져 1년간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운재는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지도자 생활을 포함한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운재는 1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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