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박한이 조용히 칼을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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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7시 00분


요즘처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삼성 박한이의 3년 전 2년 총액 10억원은 ‘헐값 계약’으로 평가돼 새삼 
화제를 낳고 있다. 박한이도 2013시즌 후 한 차례 더 FA를 선언하기 위해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요즘처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삼성 박한이의 3년 전 2년 총액 10억원은 ‘헐값 계약’으로 평가돼 새삼 화제를 낳고 있다. 박한이도 2013시즌 후 한 차례 더 FA를 선언하기 위해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주찬 FA대박’ 보며 이 악문 다짐

“3년 전엔 FA 복 지지리도 없었지만
내년 FA땐 내 실력만큼 받고 말거야”

외야 골든글러브·12년연속 세자리 안타
2009년 구단 외면 속 ‘2년 10억’ 굴욕
“올해 같았으면 적어도 30억 충분” 중론

박, 순발력·배팅 파워 집중 훈련 계획
“장타력 꼭 회복…3년전 아픔 씻는다”


“그건 (김)주찬이 운이고 복이죠.”

최근 프리에이전트(FA) 김주찬(31)이 총액 50억원에 KIA와 계약했다는 소식에 야구계도 깜짝 놀라고 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3년 전 삼성 박한이(33)의 ‘굴욕적인’ FA 계약이 비교되고 있다.

박한이는 2009시즌 후 FA를 선언했지만 시장은 올해와 달리 냉랭했다. 그해 원 소속구단 삼성과 우선협상기간에 계약을 하지 못한 그는 시장에 나왔지만 타 구단에서도 외면 받았다. 당시 결혼을 앞두고도 거처가 정해지지 않아 신혼집도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 결국 해를 넘겨 2010년 1월 삼성과 다시 만나 공식적으로 1년간 총액 6억5000만원(계약금 3억원·연봉 3억원·옵션 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야구규약은 다년계약을 불허해 1년짜리 계약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지만, 실질적으로는 2년간 최대 10억원에 사인했다. 계약 실무자였던 삼성 구단 직원 역시 훗날 “솔직히 박한이에게 미안했다”고 했을 정도로 ‘박한’ 계약이었다.

박한이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외야수 골든글러브도 2차례(2004·2006년) 수상했고, 개인타이틀(2003년 최다안타)도 차지한 바 있다. 프로 데뷔 후 올 시즌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12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은퇴한 양준혁(16년)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일 정도로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사실 통산성적과 경력 등에서 김주찬에 밀릴 게 없다.

올해 같았으면 어땠을까. 신생팀 NC는 물론 외야수가 다급한 한화와 KIA, 또 김주찬을 빼앗긴 롯데가 달려들 수도 있었다. 적어도 30억원 안팎의 계약은 가능했으리란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질없는 가정일 뿐. 박한이도 “야구도 타이밍이지만, 인생도 타이밍이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주찬이는 주찬이의 운이 있는 것이고, 3년 전엔 내 운이 그것밖에 안 됐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운명론을 펼쳤다.

그래도 겉으로는 웃어도 3년 전의 기억까지 지울 수는 없다. 박한이는 내년 시즌 후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다. 최근 동해안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그는 벌써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순발력과 배팅파워를 높일 계획이다. 박한이는 “조만간 배드민턴을 시작한다. 류중일 감독님의 조언으로 지난해 겨울 배드민턴을 쳤는데, 올해 순발력이 좋아진 느낌을 얻었다. 그리고 고질적인 오른쪽 손목 통증을 치료해 장타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올해 홈런이 1개밖에 없는데, 못 쳐도 너무 못 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아픔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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