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니스 첫선 ‘호크아이’ 판정 번복률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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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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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바꾸려 요청하기도… “번복 땐 당황” 심판엔 부담

‘사람의 눈’이 ‘매의 눈’을 이길 수 있을까.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여자 테니스 스타들이 출전한 제9회 KDB코리아오픈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국내에 첫선을 보인 ‘호크아이(Hawk-Eye)’다. 코트 주위에 설치된 10대의 카메라가 초당 60프레임 이상의 속도로 공의 궤적을 쫓는다. 오차 범위는 평균 3.6mm. 2008년 US오픈에서는 466회의 챌린지(호크아이 판독) 가운데 148차례(31.8%)나 판정이 번복될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21일까지 47번의 챌린지를 통해 11번(23.4%) 판정 번복이 이루어졌다.

호크아이는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적었던 한국 선수들에겐 아직 낯설다. 행운의 기권승으로 대회 단식 2회전에 올랐던 이소라(원주여고·468위)는 복식 1회전에서 아웃 판정을 받자 챌린지를 했다. 다행히 공이 라인 위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판정을 뒤집을 수 있었다. 그는 “사람보다 카메라가 더 정확할 거라 믿는다. 노련한 선수들은 경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챌린지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톱시드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11위)는 3경기 6세트 동안 11번의 챌린지를 했다. 세트당 3회 허용된 챌린지 기회를 거의 다 이용한 셈이다. 하지만 판정이 바뀐 것은 2번이었다. 반면 1회전에서 5번 시드의 율리아 괴르게스(독일·21위)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실비아 솔레르에스피노사(스페인·78위)는 2번의 챌린지를 통해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번복시키며 경기 흐름을 돌려놓았다.

심판들에게 호크아이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2005년부터 심판을 맡아 온 이은주 씨는 “많은 관중 앞에서 호크아이로 판정이 뒤집힐 때는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애매한 상황에서 호크아이로 정확성을 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심판은 “처음에는 망신을 당할까 봐 신경이 쓰였지만 대회 첫날 보즈니아키가 요청한 2개의 챌린지에서 모두 내 판정이 옳다는 결과가 나온 후 판정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테니스#호크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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