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그라운드 철수 SUN, 3루보초 세운 까닭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8일 07시 00분


올해는 유난히 태풍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프로야구가 시즌 막바지 잔여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또 다시 한반도를 강타한 ‘산바’로 인해 경기들이 자꾸만 연기되면서 일정소화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에는 지난주 산바 못지않은 태풍급 사건(?)들도 많았죠. 야구계 뒷이야기를 전하는 스포츠동아 ‘톡톡(Talk Talk) 베이스볼’은 LG가 9회말 2사후 투수를 대타로 내보내며 승부를 포기한 사건의 일화부터 소개할까 합니다.

투수대타 상대 볼 던진 정우람 ‘머쓱’

○…SK 정우람은 12일 잠실 LG전 9회말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가 대타가 나오자 순간적으로 멈칫했습니다. ‘쟤는 누구지?’ 처음에는 그냥 ‘신인타자인가보다’ 했답니다. LG 김기태 감독이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했으니까요. 이어 포수 조인성은 정우람에게 ‘타자가 칠 의사가 없다’는 사인을 보냈죠. 그냥 한 가운데 천천히 공을 밀어 넣으면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제구력이라면 대한민국 투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정우람 아닙니까. 좌우 코너워크도 신경 쓰지 않고 초구, 2구는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았습니다. 앗! 그런데 웬일일까요? 3구째는 넓은 스트라이크존 타깃을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결국 4구째가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면서 경기는 종료됐습니다. 다음 날 “왜 천하의 정우람이 한가운데로도 넣지 못했냐?”는 취재진의 농담 섞인 질문에 정우람은 잠시 머쓱해하더니 이렇게 답했어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몰수패 막아라…김선빈 3루사수작전

○…이번에도 SK가 조연입니다. 16일 문학 KIA-SK전 8회말이었죠. KIA 선동열 감독은 심판 판정에 강하게 어필하며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켰다가 프로 첫 퇴장을 당했습니다. 경기는 약 14분간 중단됐는데요. 이 시간 동안 KIA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대로 덕아웃에 있었지만, 3루에는 꼭 한명의 선수를 남겨두었습니다. 박기남에 이어 김선빈, 윤완주, 이준호 등이 차례로 보초(?)를 섰어요. 김선빈은 지루한지 털썩 주저앉아 덕아웃을 향해 ‘물 좀 달라’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그라운드에 나섰던 이유는 몰수게임 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KIA 코칭스태프는 ‘그라운드에서 모든 선수들이 철수할 경우, 심판이 경기포기 의사로 판단해 몰수게임 패를 선언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죠.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확인한 결과 한 명을 그라운드에 두느냐, 안 두느냐는 몰수게임 선언과는 무관하다고 하네요. 선수단 철수 이후 몰수게임 선언은 철저히 심판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타구 맞은 장성호, 김태균 조언에 병원행

○…개인통산 2000안타 달성을 눈앞에 두고 타구에 맞는 사고를 당한 한화 장성호의 얘기입니다. 장성호는 16일 목동 넥센전 시작에 앞서 몸을 풀기 위해 외야로 걸어 나가다 타격훈련 중이던 김민성(넥센)의 타구에 머리를 맞았어요. 다행히 라인드라이브성의 강한 타구는 아니어서,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여기서 하나, 사실 장성호는 다른 선수들보다 훈련에 약간 늦었어요. 그래서 혼자 있다 사고가 났던 겁니다. 만약 동료들과 함께 훈련장에 나왔다면 타구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죠. 좀더 일찍 훈련을 시작했더라면 2000안타 달성도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또 하나, 장성호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것에도 사연이 하나 숨어있어요. 장성호는 타구에 맞은 직후 괜찮은 것 같아 가볍게 치료를 받은 뒤 외야로 향했습니다. 동료들과 체조도 하고 훈련준비를 시작했죠. 그런데 옆에 있던 한화 김태균이 “머리 맞았는데 괜찮아요? 그래도 사진은 한번 찍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조언한 겁니다. 김태균도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시즌이었던 2009년 경기 도중 뇌진탕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었죠. 그해 4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상대 포수 최승환(현 한화)과 홈에서 충돌하면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장성호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앉았다 일어나는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트레이너를 불러 병원으로 갔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더군요. 다행히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왔지만 대기록 달성은 연기됐고, 장성호는 이래저래 불행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김진욱 “선수도 연예인처럼 사생활 조심”

○…두산 김진욱 감독이 야구선수들을 연예인과 비교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김 감독은 요즘 인터넷과 TV중계기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으로 야구선수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기장에서 혼자 하는 욕설의 입 모양이 카메라를 통해 TV화면으로 중계되고, 경기를 마친 뒤 간혹 술을 한 잔 마시기라도 하면 SNS를 통해 즉각 알려지는 세상이니까요. 또 인터넷에 올려지는 악플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젠 야구선수도 단순한 운동선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입니다. 연예인처럼 공인의식을 가지고 행동 하나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야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자세를 바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감독은 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는데요. 선수들도 사람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은 지인들과 만나 맥주 한두 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럴 때는 야구선수인지 알아보더라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거나, SNS를 통해 알리지 않는 센스(?)를 부탁했습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경기에 패한 선수들이 야구장 인근 식당가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본 팬들이 “경기에 졌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며 곧바로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밥 먹는 사진과 함께 비난 글을 올리기도 하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스포츠1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