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 1개로 끝난 최단명 메이저리거’ 애덤 그린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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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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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빅리그에 데뷔하던 날을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는다. 그만큼 야구 선수에게 빅리그 데뷔는 결코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순간이 단 몇 초 만에 가장 불행한 순간으로 바뀐 선수가 있다. 애덤 그린버그(31)를 두고 하는 얘기다.

그린버그는 지난 2002년 시카고 컵스에 지명돼 프로에 입단했다. 마이너리그 외야수로 활약하던 그가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것은 3년 후인 2005년 7월. 당시 그의 나이 24세 때 였다.

“컵스는 당시 8연패로 부진했고 침체된 팀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발 빠르고 출루율이 좋았던 저를 빅리그로 불러 올렸죠. 플로리다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에 합류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린버그가 동아닷컴 취재진에 밝힌 당시 소감이다.

빅리그에 콜업된 그린버그는 이틀 후인 2005년 7월 9일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등장,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발레리오 델 로 산토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죠. 부모님과 형제들도 저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축하해 주기 위해 야구장에 와 있었죠. 제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그린버그는 당시 기억이 떠오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감격의 빅리그 첫 타석에 들어선 그린버그를 향해 산토스가 초구를 던졌다. 시속 148km 직구였다. 문제는 공의 방향이 포수 미트가 아닌 그린버그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는 것. 공은 그린버그의 헬멧 뒤통수 부분을 그대로 강타했고 그린버그는 머리를 움켜쥔 채 그라운드로 쓰러졌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이었다.

그린버그는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당시만 해도 그 것이 빅리그 타석에 들어선 그린버그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워온 그린버그는 하루 빨리 빅리그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에 사고 3주 후 부터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그의 몸은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저는 재활이 다 끝난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막상 그라운드에 나가 수비 연습을 하는데 굴러오는 공을 잡으려 머리를 숙이면 사물이 두 개로 갈라져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에요. 그리고 머리를 숙일 때마다 심한 두통이 몇 시간씩 지속됐죠.”

자신의 신발끈 하나 스스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린버그는 결국 그 해 시즌이 끝나고 컵스에서 방출됐다. 야구 선수는 고사하고 일상 생활이 가능할 지 의문이 들 만큼 상태는 심각했다.

여러 의사를 찾아 다니며 치료를 받은 끝에 그린버그는 1년 6개월 후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그의 딱한 사연을 접하고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구단은 캔자스시티 로열스. 하지만 그 곳에서도 그린버그는 메이저리거는 되지 못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몸 쪽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고 기량도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

그 후 그린버그는 LA 에인절스, 신시내티 레즈, LA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했고 2009년부터는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고 후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린버그도 어느덧 30대를 넘겼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그 어느 선수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나이는 물론 결혼을 통해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의 책임까지 짊어지게 된 것.

한편 그린버그의 사연을 접한 한 야구팬이 그에게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주자며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웹사이트(www.oneatbat.com)를 개설해 그린버그의 전 소속팀인 시카고 컵스 구단을 상대로 온라인 청원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주변의 성원에 힘입은 그린버그는 최근 미 최대 스포츠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연을 알릴 기회도 가졌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그린버그를 전화 인터뷰해 그의 근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다음은 그린버그와의 일문일답.

-먼저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나 같은 무명 선수에게 관심을 가져줘 내가 더 고맙다. 최근에는 새로 시작한 사업 운영과 개인 운동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잘 지내고 있다.”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던 모습을 방송을 통해 봤다. 당시 상황을 말해줄 수 있나?

“물론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타석에 들어섰다.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이었다. 당시 속으로 ‘어서 던져봐. 멋지게 안타를 쳐줄 테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최고의 순간이 최악으로 변하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공에 맞고 쓰러졌을 때 나는 내 뒤통수가 마치 수박처럼 깨져서 쩍 벌어진 줄 알았다. 그래서 순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너무 아팠다. 그야말로 내 생애 최악의 순간이었다.”

-사고 후유증이 심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예전에는 혼자서 신발끈을 묶고 나면 심한 두통이 몇 시간씩 계속될 정도로 뇌진탕 증세가 심했다. 나도 그렇지만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 나았다.”

-사고 후 마이너리그 팀을 전전하다 2009년부터 독립리그에서 뛴다고 들었다.

“2009년 신시내티 레즈 스프링캠프에서 방출된 뒤 애틀랜타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는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소속팀 없이 개인 운동만 하고 있다.”

-방송을 보니 독립리그에서 받는 연봉이 1천8백만 원 정도라고 하던데?

“그렇다. 2년 전에 결혼도 했고 그 동안 아내가 내 대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올해 독립리그에서 뛰지 않은 것도 새로 시작한 사업에 전념해 경제적으로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사고 후 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고 후 한 동안 몸 쪽 공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 극복했다. 그리고 내 실력과 자신감 모두 항상 빅리그 언저리에 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트리플 A에서 타율 0.320을 기록했을 정도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내 평생의 꿈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충분치 않았다.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단호하게) 나에게 만약이란 없다. 나는 반드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것이고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절대 두렵지 않다. 두려움은 나를 후퇴시킬 뿐이다.”

-당신을 후원하는 웹사이트(www.oneatbat.com)가 개설됐다. 개설자와는 평소 아는 사이였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지난 겨울 우연히 내 기사를 접한 그가 내게 먼저 연락해서 알게 됐다. 여러모로 고마운 사람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그런 고마운 사람들이 있기에 더더욱 내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그런 것들이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기도 하다.”

-컵스 구단을 상대로 청원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방송에도 출연했다. 혹시 컵스 구단에서 연락이 왔나?

“아직까진 아무 연락이 없다.”

-실망했을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대중의 감성에 호소해 빅리그로 직행하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을 찾는 것이고 그 팀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내 실력이 입증되면 그 때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오는 15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스라엘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플로리다로 간다. 물론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해야 더 많은 스카우트들이 오겠지만 WBC를 통해 내 실력을 보여주고 다시 마이너리그 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다시 한 번 더 인터뷰 하기를 바란다. 그 때는 전화가 아닌 경기장으로 직접 찾아가겠다.

“나도 꼭 그러고 싶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국인들도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관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그린버그의 빅리그 복귀 온라인 청원에 참여하고자 하는 야구팬들은 해당 웹사이트(www.oneatbat.com)에 접속해 ‘청원 서명하기(sign the petition)’를 클릭한 뒤 화면 우측에 마련된 청원 서명란에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미국이 아닌 외국 거주자도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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