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 “내 꿈의 끝은 휠체어 마라톤 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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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선 단거리 2관왕… 日 항의 뒤 중장거리 선수로
“한국 장애인체육의 구세주”

‘휠체어 육상 황제’ 홍석만(37·제주장애인체육회)은 3일(한국 시간) 열린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육상 남자 5000m(T54·휠체어) 결선에서 전체 10명 중 9위를 기록했다. 그 후 열린 1500m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데 익숙했던 그였지만 의외로 표정은 밝았다. 레이스를 진정으로 즐기는 듯 보였다.

홍석만은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100m와 200m에서 2관왕에 올랐던 인물이다. 혼자 집 근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훈련하며 얻어낸 성과였다. 그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400m에서 자신의 세계 기록을 갈아 치우며 금메달을 따 명실상부한 장애인 체육의 아이콘이 됐다. 관계자들이 “홍석만 덕분에 장애인 체육이 이 정도나마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대회 조직위원회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성화 릴레이를 소개하면서 성화 봉송 대표 주자로 홍석만을 꼽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 홍석만은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일본의 항의로 등급 분류 재심사를 받았고 기존의 T53에서 T54로 등급이 변경되면서 시련을 겪었다. T54등급은 휠체어 육상 가운데 가장 장애가 경미한 선수들이 받는 것으로 400m의 경우 T53등급과 기록이 4초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사실상 선수로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한동안 좌절했던 홍석만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장거리로 종목을 바꿨다. 애초 각 종목 기준 포인트를 채우지 못해 4×400m 계주에만 출전이 가능했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제협력부의 노력 덕분에 ‘숨어 있는 규정’을 찾아냈고 800m, 4×400m 계주, 마라톤을 남겨 놓고 있다.

홍석만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 무대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싶었다. 마라톤으로 휠체어 육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라톤에는 꼭 출전하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뤘다. 최선을 다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런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홍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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