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경남 “죽느냐 이기느냐”… 선수들 똘똘 뭉쳐 승리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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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은 상위리그行 이어 FA컵에서도 결승 진출

1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 FC와 울산 현대의 축구협회(FA)컵 준결승. 최진한 감독이 8강전 퇴장 탓에 스탠드에서 지켜봤지만 경남 선수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쳐 그라운드를 활기차게 누볐다. 안방경기인 데다 K리그 4위로 강호인 울산 현대 선수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결과는 경남의 3-0 완승. 요즘 “살기 위해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는 경남 선수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경남은 시민구단으로 스폰서의 협찬에 의존하고 있는데 메인스폰서인 STX가 연간 40억 원의 지원금을 20억 원으로 줄인다고 하는 등 재정적 위기가 닥쳤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스폰서를 잃어 다음 시즌을 기약 못할 수도 있는 상황.

위기는 기회였다. 패배는 곧 구단 존폐의 문제. 경남 선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겨야만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 감독은 “한마디로 선수단이 하나가 됐다. 어려운 구단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오직 승리만을 위해 똘똘 뭉쳤다. 스타는 없지만 모두가 스타였다”고 말했다. 경남은 지난달 28일 열린 K리그에서 기적적으로 8위를 해 스플릿 시스템 상위리그에 진출했고 이날 FA컵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최 감독은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면 기업들도 경남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스폰서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우리 모두 헌신적으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지휘하에 주장 강승조(26)와 K리그 최고령 고참 김병지(42)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며 ‘희망가’를 쓰고 있다. 강승조는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의 적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김병지는 코치 못지않은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돌보고 있다. 특히 K리그에서 596경기로 역대 최다출장 신기록을 매일 새로 쓰고 있는 김병지는 팀의 정신적 지주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해 21시즌째 맞고 있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수들에게는 ‘살아 있는 가르침’이다.

경남은 제주를 2-1로 꺾은 포항 스틸러스와 다음 달 20일 포항전용구장에서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경남#재정위기#상위리그#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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