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연장전 한 발, 완벽한 한 방… 패럴림픽 한국 첫 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10m 공기권총 박세균… 이주희는 동메달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박세균(청주시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왕립 포병대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과녁을 겨누고 있다.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박세균(청주시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왕립 포병대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과녁을 겨누고 있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 메달 레이스 첫날 사격의 진종오(33·KT)가 금빛 총성을 울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금 13, 은 8, 동메달 7개로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출발이 좋다. 이번에도 사격이다. 한국이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 대회 첫날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남자 10m 공기권총(SH1등급·절단 및 기타 장애)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휩쓸었다.

금메달의 주인공 박세균(41·청주시청·세계랭킹 10위)은 터키의 무하렘 코르한 야마츠(세계랭킹 1위)를 꺾고 우승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50m 권총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세부 종목은 다르지만 패럴림픽 사격 2연패를 달성했다.

이 종목은 예선에서 60발을 쏘고 결선에서 10발을 쏜다. 결선만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측정한다. 예선은 한 발당 최고 점수가 10점, 결선은 10.9점이기에 전체 만점은 709점(예선 600점+결선 109점)이다. 박세균은 1위로 결선을 끝낸 줄 알고 사격용 안경까지 벗은 채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웅성거렸다. 야마츠는 마지막 10발째에 10.3점을 쏘며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박세균(예선 3위)은 5위로 본선에 올라온 야마츠가 나름대로 선전한 자신과 메달을 다툴 줄은 몰랐다. 둘은 합계 664.7점으로 동점이 됐다.

운명의 슛오프. 먼저 쏜 쪽은 야마츠였다. 결선에서 7차례나 10점대를 쐈고 마지막 10발째를 10.3점으로 장식했던 그였지만 긴장한 탓인지 9.9점을 기록했다. 순간 한국 응원석에서 기쁨의 함성이 흘러 나왔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박세균은 결선 10발 중 최고 점수가 10.3점이었고 후반 5발은 모두 9점대였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박세균을 향해 웃었다. 쥐죽은 듯한 고요 속에 그는 방아쇠를 당겼고 잠시 후 전광판에는 10.8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짜릿한 한 방이었다.

고교 3학년이던 1989년 교통사고를 당한 박세균은 휠체어 농구에 소질을 보여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이 종목 선수로 출전했지만 사격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총을 잡았다. 박세균은 “솔직히 야마츠가 치고 올라올 줄은 몰랐다. 마지막 한 발에 메달 색깔이 바뀐다는 생각에 당황하고 긴장했다. 동료들도 4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격 대표팀 이연국 감독은 “색깔과 상관없이 메달만 따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선수 두 명이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 경험이 많고 배짱이 두둑한 박세균이 결국 해냈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많이 남아 있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주희(40·강릉시청)는 예선을 1위(568점)로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94.7을 기록하며 합계 662.7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이주희는 베이징 대회 50m 권총에서도 박세균에 이어 은메달을 따 아쉬움이 더할 법했지만 활짝 웃으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패럴림픽#런던 패럴림픽#사격#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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