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뜀박질 안 하던 내가 러닝맨 되니 배트 스피드가 빠름∼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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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9일 07시 00분


‘37세 4번타자’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SK 이호준. 타석에 선 이호준이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37세 4번타자’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SK 이호준. 타석에 선 이호준이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박정환코치의 하루 7번 단거리뛰기 비법
“일주일에 5일 꾸준히 했더니 효과 봤어요”

8월에만 5홈런 20타점 방망이가 꿈틀꿈틀
“홈런 비결은 웨이트로 단련된 무릎 덕분
1000타점 달성 목표·야구인생 40세까지”


SK 이호준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올 시즌 102경기에 출장해 18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8월에만 5홈런 20타점을 쓸어 담았고, SK는 그 덕에 15승을 챙겼다. 이호준은 벌써 프로 19년차다.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할 때가 전성기다. 그러나 2008년 무릎수술 이후 타격감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 시즌 그의 부활은 깜짝 놀랄 만하다. 우리나이로 3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4번타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40세까지 후배들과 함께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뛰자! 뛰어야 산다!

-8월 들어 더 좋아진 것 같다.

“모처럼 성적이 좀 나네요. 몸 컨디션이 좋아진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몸 컨디션은 무릎을 말하는 건가?

“무릎도 좋아지고, 몸에 스피드가 생긴 것 같아요. 제 나이 되면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는데, 저는 다시 좋아졌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그동안 안했던 것을 하기 시작했어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이죠.”

-뛰는 것 싫어하잖아?

“많이 싫어하죠. 근데 올해는 팀훈련 외에 찾아서 뛰고 있습니다. 다 박정환 코치 덕분이죠. ‘형, 하루에 전력으로 단거리 7번만 뛰면 배트 스피드가 살아난대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력으로 매일 뛰었나?

“얼마나 제가 안타까웠으면 그랬겠나 싶었어요. ‘그래 한번 해보자’, 뛰는 것 제일 싫어하는 놈이 뛰기 시작한 거죠. 일주일에 5번을 뛰었어요. 30m를 뛰기도 하고, 컨디션 안 좋을 때는 70m를 뛰었어요. 박정환 코치가 감시도 하더라고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저는 원래 웨이트를 안 해요. 단체훈련 때도 설렁설렁 대충했죠. ‘힘 좋은데 무슨 웨이트를 하냐’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왜?

“트레이닝 파트에서 ‘웨이트를 안하면 무릎이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2003년에 딱 한번 웨이트를 열심히 한 적이 있어요. 그때 30홈런 쳤죠. 그리곤 안했어요. 올해는 하체 5가지, 상체 2가지로 꾸준하게 했어요. 올해 그나마 야구 좀 하는 게 러닝과 웨이트 덕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전력분석 때 잤어요!

-요즘 전력분석을 열심히 한다며?


“살려고 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저를 믿고 타석에 섰는데 이제는 좀더 알려고 하죠. 앞타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최정 타석이나 상대팀 중심타자 타석 때 어떻게 던지는지 다 관찰해요.”

-SK 전력분석이 가장 뛰어나잖아?

“물론 참고는 하지만 그대로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 생각대로 해요. 어떨 때는 맨 뒤에서 잘 때도 있었죠. 이젠 제가 찾아서 정보를 얻으려고 합니다.”

-최정 같은 20대 선수들에게 전력분석은 어떤 의미인가?

“최정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하죠. 전력분석 때 저처럼 가끔 잘 때도 있고요. 물론 ‘눈감고 다 듣는다’고 하죠. 참고만 해야지. 극단적으로 신뢰를 하면 발전이 없어요. 최정은 몸쪽공 치지 말아야 한다고 할 때 몸쪽공 쳐서 홈런 때려요.”

○기계볼을 매일 수백개씩 쳤다!

-초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타로 몇 번 나가고 솔직히 별로 한 게 없었죠.”

-4월 27일 처음 4번타자로 나갔잖아?

“그날부터 지금까지 4번을 치고 있네요. 삼성전인데 첫 홈런 치고, 3안타 치면서 팀 4연패를 끊었어요.”

-시즌 초에는 맘고생이 심했겠다.

“미국 스프링캠프 못 갔고, 페이스도 늦었죠. ‘실력으로 인정도 못 받고,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매일 기계볼을 수백개씩 쳤다고 들었다.

“선배들이 제 나이 때 구단과 불화,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안타깝게 유니폼 벗는 것을 많이 봤어요.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꼭 멋지게 마무리를 해야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기계볼을 쳤나?

“시합 못 나간다고 술 먹고 놀고 마음 풀어지면 끝이에요. 기계볼을 최대한 빠르게 해놓고 치기 시작했어요. ‘배트 스피드를 찾아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예전의 타격폼을 되찾았다!

-타격폼이 달라졌다.


“감독님이 하루는 ‘4번타자가 툭툭 치는 것은 좋지 않다. 죽어도 좋으니 4번타자 스윙을 해라’고 하셨어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거든요. 예전에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무릎이 아파서 힘들었어요.”

-홈런이 벌써 18개다. 20홈런도 무난하겠어.

“다시는 20홈런 못 칠 줄 알았어요. 끝까지 집중해야죠.”

-두 번이나 무릎수술 했잖아?

“타격할 때 하체 힘을 제대로 실을 수가 없었어요. 김성근 감독께서 저보고 ‘타격폼을 바꾸자’고까지 하셨죠. 자꾸 상체 중심의 타격이 되곤 했는데, 올해는 무릎이 안 아프니까 공을 좀더 뒤에 놓고 쳐요. 수술 이후 처음 이렇게 치는 것 같네요.”

○두 번째 FA, 솔직히 겁나기도 합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로 FA(프리에이전트)가 된다.


“제가 FA 첫해였던 2008년 무릎수술 하고 제대로 팀에 보탬을 주지 못했거든요. 힘든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못줘서 미안했죠. 솔직히 또 FA가 된다는 게 겁도 납니다.”

-올해 야구 잘하는 것을 보고 ‘FA로이드’ 때문이라고 하는 팬도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하죠. 하지만 해마다 잘하고 싶은 게 선수 심정이죠. 잘하고 싶다고 해서, 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성적이 나는 것도 아니고요.”

-벌써 19년차다. 몇 년 더 선수생활이 가능한가?

“앞으로 3년 생각하고 있습니다. 40살까지요. 몸도 좋고 자신감도 생겼고, 또 올해처럼 작은 것들을 챙겨서 한다면 충분할 것 같네요.”

-은퇴할 때까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1000타점이요. 꼭 해내고 싶어요. 300홈런도 꿈이지만 좀 힘들 것 같고요.”

-올해 SK는 또 한국시리즈에 갈 것 같은가?

“고비를 넘기고 좋은 분위기를 다시 찾았으니까 또 한번 가봐야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호준은?

▲생년월일=1976년 2월 8일
▲키·몸무게=186cm·95kg(우투우타)
▲출신교=중앙초∼충장중∼광주일고
▲프로 경력=1994년 해태 입단∼2000년 6월 SK 이적
▲2012년 연봉=2억5000만원
▲2012년 성적(28일 현재)=102경기 339타수 103안타(타율 0.304) 18홈런 65타점 1도루
▲통산 성적(28일 현재)=1453경기 4698타수 1317안타(타율 0.280) 242홈런 854타점 48도루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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