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심장 “트리플보기! 물한잔 마시고 여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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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7시 00분


최나연. 사진제공|KLPGA
최나연. 사진제공|KLPGA
최나연이 말하는 우승의 순간

10번홀 위기…티박스 돌아가 다시 플레이
한번에 3타 잃고 2타차 쫓겨…나에게 화나
물-과자 먹고 극복…11번홀 버디로 만회

우상 세리언니가 우승 축하해줘 기쁨 두배
베테랑 새 캐디와 환상의 호흡도 큰 도움


“(박)세리 언니가 기다려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너무 기쁘다.”

최나연(25·SK텔레콤)이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제67회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를 건네받은 최나연은 벅찬 감정을 억누르며 또박또박 소감을 말했다.

“10살 때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언니와 같이 이 곳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고 영광스럽다.”

최나연에게 박세리는 우상이자 선구자였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가장 먼저 달려와 축하해 준 선수도 다름 아닌 박세리였다.

“(세리 언니가) ‘네가 우승해 자랑스럽다. 장하다’는 말을 해줬다.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솔직히 이번 대회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쳤는데 공이 잘 맞았다.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승을 실감할 것 같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위기도 있었다. 10번홀(파5)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면서 흔들렸다.

“(티샷한) 공이 떨어진 지점이 해저드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경기위원이 지정한 곳에서 드롭하자니 라이(공이 놓일 위치)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티박스로 돌아가 다시 플레이했다.”

이 홀에서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2위 양희영(21·KB금융)에게 2타 차까지 쫓겼다. 다행히 11번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리고 이어진 12번홀(파4)에서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파로 막아내며 잘 극복했다.

최나연은 “트리플 보기 후 나에게 화가 났다. ‘망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캐디와 비행기 스케줄, 자동차 얘기 등을 하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했다. 물 한잔 마시면서 과자를 먹었다”며 위기 극복 순간을 설명했다.

캐디의 도움도 컸다. 최나연은 최근 캐디를 교체했다. 2009년부터 손발을 맞춰온 폴 푸스코와 결별했다. 4주 전 웨그먼스 챔피언십 때 실격 당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새로운 캐디 셰인 조엘은 1998년 마스터스 우승자 마크 오메라와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이다. 위기를 넘어서자 기회가 왔다.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2위에 4타 앞서나갔고 그대로 우승이 확정됐다.

최나연은 10일 오후 4시2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일주일 정도 경기도 오산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20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사만사 사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그 다음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에비앙 마스터스에 출격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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