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비바 유로]좋아지네, 好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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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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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영웅들과 함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포르투갈 축구의 두 영웅 에우제비우(가운데)와 루이스 피구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허정무 감독 제공
포르투갈 영웅들과 함께…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포르투갈 축구의 두 영웅 에우제비우(가운데)와 루이스 피구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허정무 감독 제공
“호날두만 잘해준다면….”

22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포르투갈 축구의 전설 에우제비우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영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활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체코와의 유로 2012 8강전에서 포르투갈이 이기기 위해선 호날두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호날두가 막히면 포르투갈도 힘을 못 쓴다는 얘기다. 루이스 피구도 호날두의 활약 여하에 따라 2-0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결국 호날두가 후반 34분 결승골을 터뜨렸고 포르투갈은 4강에 올랐다.

호날두가 유로 2012의 최고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B조 예선 때 독일(0-1 패)과 덴마크(3-2 승) 경기에서 죽을 쑤었지만 네덜란드와의 마지막 경기(2-1 승)에서 2골을 넣은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약해 ‘새가슴’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진가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포르투갈과 체코의 차이는 호날두와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스타플레이어 유무의 차이였다. 축구에서는 결정력이 아주 중요하다. 특히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메이저 대회에서는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의 존재감이 중요하다. 포르투갈엔 호날두와 나니가 있었고 체코엔 없었다. 전반 초반 반짝 하던 체코가 전반 중반부터 포르투갈에 끌려다니는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좌우 공격 라인에서 호날두와 나니가 계속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체코는 두세 명의 수비가 호날두와 나니에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고 수세적인 플레이를 해야 했다. 필자가 대표팀과 프로를 맡으면서 결정력이 좋은 골잡이가 없을 때 했던 수많은 고민을 미할 빌레크 체코 감독도 이날 했으리라.

욱일승천하는 호날두를 볼 때 24일 프랑스와 8강에서 맞붙는 스페인이 4강에 올라와도 포르투갈이 해볼 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 2008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무적함대’의 강인함이 다소 무뎌진 듯한 느낌이다. 유로 2008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남아공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면서 지켜본 스페인과 지금의 스페인은 완전히 다르다.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듯하다. 또 스페인을 잡으려는 팀들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는 C조 예선에서 강한 압박으로 최강 스페인 미드필드를 힘들게 했다. 포르투갈이 이탈리아가 보여줬듯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치고 호날두가 최전방에서 해결해준다면 스페인도 못 넘을 산은 아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과 4강 대결을 벌인다면 관전 포인트는 단연 호날두가 될 것이다. 모든 전문가가 예상하는 독일과 스페인이 아닌 독일과 포르투갈이 결승에서 맞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날 폴란드 팬들이 체코를 응원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공동개최국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탈락한 가운데 인접국 체코는 사실상의 홈팀이었다. 스탠드를 꽉 채운 팬들이 체코의 플레이에 박수와 함성을 보내며 응원했지만 포르투갈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팬들은 “정말 잘했다”며 체코에 박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홈팀’이 모두 탈락해 아쉬워했지만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진 체코의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다.

축구에선 승리도 중요하지만 멋지게 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날 경기는 포르투갈이 이겼지만 최선을 다한 체코 선수들과 이를 열렬히 응원한 폴란드 팬들도 ‘승자’였다. 축구는 승패만이 아닌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다시 느꼈다.―바르샤바에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해외스포츠#해외축구#유로2012#호날두#허정무의 비바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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