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서울은 25일 오후 7시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를 치른다. 원래 15일에 치러졌어야 하는 데, 울산이 호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다녀오느라 8라운드 경기가 미뤄졌다.
서울은 울산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최 감독은 작년 시즌 초반 팀이 연패로 흔들리자 사임한 황보관 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감독대행으로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김 감독이 이끄는 울산에 1-3으로 졌다. 변명의 여지없는 완패였다. 최 감독은 이를 갈았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내가 어떻게 작년 11월19일(울산과 6강 PO)을 잊을 수 있겠느냐”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에도 두 팀은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팀보다 1경기씩 덜 치른 현재 울산은 승점 17로 3위, 서울은 승점 15로 4위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맞대결을 앞두고 두 감독이 한가로이 농담을 주고받은 이유는 뭘까.
○웃음 속에 숨은 칼
두 감독은 막역한 사제지간이다. 동래고와 연세대 선후배이고, 김 감독이 연세대 사령탑 시절 최 감독이 선수였다. 평소에도 최 감독은 전화로 종종 안부를 묻는 등 김 감독을 깍듯하게 모신다. 김 감독 역시 “(최)용수 같은 제자가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니 좋다“며 덕담을 건네곤 한다.
23일 최 감독이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감독은 “용수야, 살살 좀 해라. 지금 너희 팀 명단을 보고 있는데 너무 무섭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 감독도 지지 않았다. “역시 선생님은 노련하시군요. 그럼 저희 베스트11을 알려드릴까요”라고 받아쳤다. 김 감독이 “다 알고 있는데 뭘 알려주려고 하느냐”고 하자 최 감독은 “내일 저희 선발 공격수는 최용수입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의 대답도 걸작이었다. “그럼 우리는 김현석(울산 수석코치)을 내보내야겠구나.”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는 뜻이다. 두 감독 대화는 훈훈했지만 날카로운 칼이 숨어 있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한판승부를 위한 무대는 마련됐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사제대결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