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로 ‘골프 독학’ 왓슨, 오거스타 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4월 10일 07시 00분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장 끝 V
유명골퍼 서적 보며 스윙연습
골프장 공 줍던 무명 인간승리


‘독학 골퍼’ 버바 왓슨(34·미국)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마스터스(총상금 800만달러)로 장식했다.

왓슨은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76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루이 우스티젠(남아공)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우승했다. 마스터스 역사상 18번째 연장 승부였고, 2003년 마이크 위어와 2004, 2006, 2010년 필 미켈슨(미국)에 이은 5번째 왼손잡이 골퍼의 우승이다.

연장 첫 홀을 파로 비겨 승부를 내지 못한 왓슨과 우스티젠은 10번홀에서 두 번째 연장 승부를 이어갔다. 왓슨은 티샷이 숲 사이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묘기에 가까운 절묘한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우스티젠을 꺾었다.

2002년 데뷔한 왓슨은 PGA투어 통산 3승을 올렸지만 메이저 우승은 없었다. 2010년 PGA챔피언십 때 마르틴 카이머(독일)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게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다.

필 미켈슨과 맷 쿠차(이상 미국),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페테르 한손(스웨덴)은 8언더파 280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마스터스에 첫 출전한 배상문(26·캘러웨이)은 이날 5타를 잃으면서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기대했던 톱10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공동 37위로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황제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나란히 5오버파 293타를 쳐 공동 40위로 부진했다.

○명인열전에서 우승한 ‘기인’

왓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끈한 장타다.

그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313.1야드다. 2위 제이미 러브마크(307.7야드)를 크게 앞서고 있다. 장타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퍼트와 쇼트게임에서는 정교함이 떨어진다.

이유가 있다. 플로리다 출신의 왓슨은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 로리 매킬로이처럼 골프 교육을 제대로 받은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그는 처음 골프를 배울 때부터 혼자 익히고 터득했다. 공 대신 솔방울을 치며 스윙 연습을 하기도 했고, 프로에 들어와서도 누구 하나 그를 일류 선수로 대접하지 않았다.

마땅한 스윙코치가 없어 잭 니클로스가 쓴 레슨서적을 보고 스윙을 익힌 최경주(42·SK텔레콤)나 고교 졸업 후 골프연습장에서 공 줍는 일을 하면서 골프를 배운 양용은(40·KB금융그룹)과 비슷하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탓에 스윙도 어설프다. 우즈나 매킬로이처럼 부드럽고 강력한 스윙이 아니라 왠지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이 아마추어처럼 보인다. 퍼트와 쇼트게임 기술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눈물 뒤에 알려진 사연도 감동을 더했다. 어머니와 동료, 에이전트가 그린에 나와 그의 우승을 축하했지만 정작 아내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개월 전 입양한 아들을 돌보느라 대회장에 오지 못했다. 그 어떤 우승자보다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이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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