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야구는 ○○다]<4> KIA 선동열 감독의 ‘지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현역 시절 해태에서 6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습니다. 고향 팬들에게 다시 우승을 선사해야 하는데…. 선수 때보다 더 어렵네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의 방문팀 더그아웃.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KIA 선동열 감독(49)의 눈빛은 고뇌에 차 있었다. 17년 만에 고향 팀에 돌아와 새 시즌을 맞는 설렘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하는 책임감이 더 커 보였다.

롯데와의 시범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뒤 이날 선 감독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야구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의 최대 고민은 ‘구멍 난 투수진’이다. 양현종 김진우 등 주요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지금의 투수 전력은 처음 구상했던 ‘지키는 야구’의 50% 수준이다. 4, 5월 투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상위권 진입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냉정히 평가했다. 하지만 왕년의 ‘무등산 폭격기’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 투수 ‘흐림’, 공격 ‘맑음’

선 감독은 허약한 KIA 불펜을 강화할 적임자로 기대됐다. 그는 삼성 감독 시절 막강 불펜을 구축하며 6시즌 중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그는 “선발은 물론이고 불펜 마무리 보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왼손 투수 박경태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투수진의 공백을 공격력 강화로 막겠다는 구상이다. 선동열식 ‘지키는 야구’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공격 야구를 가미한 이른바 ‘지공(지키는 공격야구)’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야수들은 해외 전지훈련에서 타격이 좋아졌다. 공격력만큼은 8개 구단 중 1위를 자신한다. 팀 타율도 0.270 이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IA는 2003년 이후 한 번도 팀 타율 0.270을 넘지 못했다. 매사에 신중한 선 감독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타격만큼은 자신감이 넘쳤다.

선 감독은 ‘지공’의 키 플레이어로 4번 타자 후보인 김상현을 꼽았다. 그는 “김상현의 컨디션이 2009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탈 때만큼 좋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범호, 지난해보다 몰라보게 달라진 신종길도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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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남 라이벌 대결 기대

“이번엔 감독으로 우승” KIA 선동열 감독이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고향 팬들에게 8번째 우승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로 손가락 8개를 올리며 웃고 있다. 해태에서 뛰었던 현역 시절 6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던 그는 “올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 시리즈까지 2번의 우승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번엔 감독으로 우승” KIA 선동열 감독이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고향 팬들에게 8번째 우승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로 손가락 8개를 올리며 웃고 있다. 해태에서 뛰었던 현역 시절 6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던 그는 “올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 시리즈까지 2번의 우승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선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이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나머지 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이 ‘공격야구’라고 하지만 사실은 투수력이 더 막강하다. 현재는 ‘1강(삼성) 7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부상이 적은 팀이 언제든 1강이 될 수 있다.”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류중일 감독과의 영호남 라이벌전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지만 팬들이 즐거워할 뉴스거리”라며 “현역 시절에도 삼성전은 흥분되는 경기였다. 올해도 그럴 것 같다”고 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10월 KIA 사령탑에 부임한 뒤 꾸준한 다이어트로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지난해부터 KIA 선수들에게 대대적인 체지방 감량을 지시한 것처럼 자신도 감독석에서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해온 셈이다. “체력이 버텨줘야 고향 팬에게 좋은 야구를 보여주죠.(웃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을 만들 겁니다.”

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프로야구#선동열#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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