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박정은 “은퇴 1년 보류, 우승에 너무 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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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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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박정은-배우 한상진 부부의 ‘마지막 승부’

농구선수-배우 커플인 박정은(삼성생명·왼쪽)-한상진 부부가 26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
레이닝센터 여자농구훈련장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이 끝나기 한 달 전 왼쪽
손목의 인대와 연골을 다쳤던 박정은은 시즌 종료 후 바로 깁스를 했다. 박정은은 은퇴를 번복하고 1년간 더 선수생활을 하기로 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농구선수-배우 커플인 박정은(삼성생명·왼쪽)-한상진 부부가 26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 레이닝센터 여자농구훈련장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이 끝나기 한 달 전 왼쪽 손목의 인대와 연골을 다쳤던 박정은은 시즌 종료 후 바로 깁스를 했다. 박정은은 은퇴를 번복하고 1년간 더 선수생활을 하기로 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쉽지 않은 결심을 전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인터뷰 내내 조금씩 떨렸다. 남편은 언제나 그랬듯 말없이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간판 박정은(35)이 남편인 배우 한상진 씨(35)와 함께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본보에 처음으로 은퇴 번복을 사실을 알렸다.

박정은 한상진 부부는 2004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정은은 2011∼2012시즌 종료 후 은퇴하기로 남편과 약속했다(본보 2011년 8월 3일자 A23면 참조). 박정은은 구단과 언론을 통해 2011∼2012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8년째 미뤄뒀던 출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신한은행에 1승 3패로 탈락한 뒤 박정은의 생각은 복잡해졌다. 박정은은 가드 이미선의 공백 속에 1.5군급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박정은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신한은행과 대등한 경기력을 펼쳤다.

박정은은 “(이)미선이만 있었다면 우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했다”며 “박태은 이선화 등 어린 선수들이 신한은행과 자신 있게 맞서는 모습을 보며 1년만 더 플레잉코치로 뛰며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은퇴 번복은 곧 8년 동안 기다려 온 출산의 연기를 의미한다. 박정은은 “8년 동안 남편, 양가 부모님보다 농구가 우선이었다. 더 하겠다고 말할 염치가 없었다”며 “여자 선수들이 은퇴한 후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걱정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여자 선수들은 장기간의 합숙과 출산 문제 때문에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아내의 현역생활 연장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은 남편 한상진 씨다. 한 씨는 “딱 한 번 아내에게 은퇴를 종용했다가 후회한 적이 있다. 나도 연기자인데 35세에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담했다”며 “아내가 출산을 위해서 은퇴하는 것은 죽어도 싫다. 농구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하늘도 임신이 잘되게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혼생활 8년 동안 함께 지낸 시간이 고작 2년여에 불과하단다. 바쁜 훈련 일정 탓에 집에서 밥을 함께 먹은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부부싸움 후에 한 씨가 구단 숙소 창문 앞에 가서 용서를 빈 적도 있다고 했다. 한 씨는 “얼마 전 한선교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를 만났는데 ‘대한민국 국보랑 결혼했으니 일반인의 행복은 잠시 미루라’고 하셨다. 아내의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1년은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은 “17년을 삼성생명에서만 뛰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구단에 보답하고 싶다. 내년 시즌 우승과 역대 최초로 3점슛 통산 1000개(현재 932개)를 이루고 정상에서 한상진의 아내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정은#삼성생명#여자프로눙구#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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