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국제마라톤&제83회 동아마라톤]35km까지 선두다툼… 그 선수 왜 사라졌지?
동아일보
입력 2012-03-19 03:00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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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영웅 페이스메이커… 케냐 키코리르 최고 역할조직위, 기록 끌어 올리려 비용 지불하고 7명 기용
기록의 일등공신, 페이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한 폴 킵케모이 키코리르(케냐·31번)는 선두그룹을 35km 지점까지 1시간45분14초에 이끌어 2시간5분대의 국내 대회 최고 기록이 수립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영화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 선수로서 다른 마라토너가 더 잘 달리도록 돕기 위해 일정 거리만을 달려주다 평생 단 한 번 자신을 위해 달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페이스메이커는 남을 위해 달려주는 전문 직업 레이서이기 때문이다.
18일 열린 2012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도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없었다면 국내 사상 첫 2시간5분대 기록은 불가능했다. 이날 선두권을 줄곧 이끌던 페이스메이커 폴 킵케모이 키코리르(30·케냐)는 35km 지점까지 1시간45분14초로 끌어 준 뒤 조용히 사라졌다. 이후 이날 챔피언이 된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와 2위를 한 제임스 쾀바이(이상 케냐)가 박빙의 레이스를 펼쳤다. 혹 키코리르가 계속 레이스를 펼쳐 우승이나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키코리르는 과감히 레이스를 포기했고 이날의 챔피언은 에루페에게로 돌아갔다.
서울국제마라톤 조직위는 이날 2시간5분대 기록을 내기 위해 7명의 페이스메이커를 기용했다. 일단 25km까지 매 5km를 일정 기록으로 끌어 주는 조건으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는 게 기본 계약. 힘이 남아 30km까지 끌어 줄 경우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후는 km당 900달러를 더 주는 조건이었는데 유일하게 키코리르만 35km까지 끌어 준 것이다. 만일 이날 2시간4분대 기록이 나왔으면 대회 조직위는 키코리르에게 특별 보너스로 1만 달러를 더 줄 계획이었다. 비록 2시간4분대 기록이 나오진 않았지만 키코리르는 이날 페이스메이커로 최고의 ‘수고비’를 받아가게 됐다.
출발선에서 파이팅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가운데),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앞줄 오른쪽) 등이 출발선에 서서 선수들을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페이스메이커는 일정 거리를 일정한 시간으로 달린 뒤 힘이 남으면 끝까지 달려 우승할 수도 있다. 2003년과 2004년 챔피언 거트 타이스(남아공)가 2006년 대회에는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2시간10분40초로 우승했듯 세계 마라톤대회에서는 페이스메이커가 챔피언에 오르는 사례가 많다.
‘남을 위해 달리는’ 역할이지만 언제든 우승해도 되는 직업인 셈이다. 하지만 2006년 타이스는 도핑에 걸려 챔피언을 박탈당했고 5년여의 소송 끝에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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