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설마했던 경기조작…너무 방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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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7시 00분


김응룡 전 삼성 사장. 스포츠동아DB
김응룡 전 삼성 사장. 스포츠동아DB
김응룡 전 삼성 사장, 프로야구 경기조작을 보는 소회

타종목 파문에도 강 건너 불구경
첫 타자 볼넷 등 꼼수 상상도 못해

선수 안타깝지만 이건 무서운 범죄야
재발 방지 위해 확실히 도려내야지
퇴단·영구제명 검토는 올바른 조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확실하게 도려내야지.”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은 단호했다. 7일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만난 김 전 사장은 “처음에는 그런 게(경기조작)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혹스러웠다”며 “이번 일을 흐지부지 넘기면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확실하게 (환부를)도려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사장은 “우리가 방심했다”고 했다. 축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계에 연이어 승부조작 파문이 일었지만 야구는 구조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경이었다는 의미다. 김 전 사장의 말처럼 야구는 투수가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내주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구조다. 승부조작을 하려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체를 포섭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플레이 하나에 베팅을 하는 ‘경기조작’이다.

“아니, 초구 볼, 첫 타자 볼넷 아니면 삼진으로 (조작)할 줄 누가 알았겠어.”

김 전 사장은 경기조작 사실에 허탈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안일한 생각을 꼬집었다. 김 전 사장은 “선수들은 단순하다. 승패를 좌우하는 것도 아니고 ‘볼넷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했던 것 아니냐”며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무서운 범죄인지 몰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브로커에게 제안조차 받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던 박현준, 김성현은 검찰에 불려가선 혐의를 인정했다. LG는 두 선수를 곧바로 퇴단 조치했고 KBO는 이들의 영구제명을 검토 중이다. 김 전 사장도 “올바른 조치”라고 했다. 물론 한때 팀을 이끌던 감독이었던 만큼 재능있는 선수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다. “그 선수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이라며 전제를 달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사장은 “만약 이번 일을 적당한 선에서 넘기면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별 게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력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 구단과 KBO의 조치가 옳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완벽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내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내 주변만 해도 ‘대체 언제 야구 시작하느냐?’ ‘야구경기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프로야구 인기가 이렇게 좋을 때 경기조작이라니….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예요.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더라도 수사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어요.” 평생 야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김 전 사장은 한 손에 야구공을 꼭 쥐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용인|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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