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구 경험한 10인이 이대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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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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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포크볼 공략법 있다면…“7번 삼진먹고 3번 홈런치면 돼요”

#1 밸런타인데이였던 14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을 비롯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선수단은 뜻밖의 선물에 깜짝 놀랐다. 이대호(30)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초콜릿 상자 80개를 선수단 전원에게 돌린 것이다.#2 16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서 열린 오릭스의 스프링캠프. 이대호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오후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는 팀 내에서 ‘마이 웨이’를 걷는 유일한 선수다. 》
이대호(오릭스)가 16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던 도중 잠깐 쉬고 있다. 자신감 넘치고 친화력이 뛰어난 그는 강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날은 비가 내려 타구가 동료들에게 날아가지 않도록 그물을 둘러친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했다. 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대호(오릭스)가 16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던 도중 잠깐 쉬고 있다. 자신감 넘치고 친화력이 뛰어난 그는 강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날은 비가 내려 타구가 동료들에게 날아가지 않도록 그물을 둘러친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했다. 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신감과 친화력. 요즘 이대호를 설명할 수 있는 두 단어다. 이대호는 일본에 진출한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이대호에게 일본 야구를 경험한 10명의 지도자 및 선수들이 질문을 던졌다.

―성공의 관건은 하체다. 힘들어도 러닝 훈련이 필수다. 많이 하고 있나.(김성근 고양 감독·전 지바 롯데 코치)

“말씀대로입니다. 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 투수에게 질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 전훈지인 사이판에서도 죽기 살기로 뛰었고 여기서도 몸이 버티는 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본 스프링캠프는 한국보다 강도가 세다. 막상 해보니 어떤가.(선동열 KIA 감독·전 주니치)

“처음 3일간 죽는 줄 알았습니다. 롯데에선 타격 연습용 그물망을 1개만 썼는데 여기선 3개를 쓰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코칭스태프에게 ‘무리하게 따라가다 부상을 당하느니 알아서 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무거울 것 같은데….(김기태 LG 감독·전 요미우리 코치)

“솔직히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겨내야죠. 내가 잘해서 앞으로 한국의 선후배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일본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잘하는 선수가 일본이나 미국에서 통한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본 투수들은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설 건가.(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코치·전 주니치)

“당연히 좋은 공은 안 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뒤엔 (2년 전 홈런왕에 오른) T-오카다가 있습니다. 상대 투수가 피한다면 전 가만히 있을 겁니다.”

―일본 투수들은 포크볼 등 변화구가 좋다. 본인이 생각하는 공략법이 있나.(이토 쓰토무 두산 수석코치·전 세이부 감독)

“10번 타석에 들어서 3번 성공하면 잘한다는 소리 듣잖아요. 포크볼로 7번 삼진 먹고 3번 홈런이나 안타 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삼진도 먹어봐야 홈런을 칠 수 있는 거니까요.”

―10kg 넘게 감량을 했다던데 그렇게 갑자기 살을 빼서 힘이 나나.(정민철 한화 투수코치·전 요미우리)

“사실 지난해에 오른 발목 부상으로 러닝을 못하는 바람에 살이 많이 쪘어요. 타격 7관왕을 했던 2010년 130kg대 초반이었는데 작년엔 140kg에 육박했죠. 지금은 127kg인데 한결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아요.”

―일본에서 야구 하는 동안 꼭 한 번 차지해 보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KIA 이종범·전 주니치)

“제가 사실 욕심이 좀 많아요. 한국에서처럼 홈런, 타격, 타점왕 다 해보고 싶어요.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타점왕이 욕심나네요. 타점 올리라고 절 데려온 걸 테니까요.”

―적응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언어인 것 같다. 일본어는 많이 배웠나.(LG 이병규·전 주니치)

“공부는 하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역시 언어는 한두 달 만에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하지만 제겐 (정)창용이 형(통역)이 있잖아요. 와이프보다 더 오래 붙어있는 거 같아요.”

―T-오카다는 정말 착하지 않나.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될 거 같다.(삼성 이승엽·전 오릭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친구죠. 근데 고민이 많은 거 같아요. 얼마 전 ‘나도 너만 할 때(24세) 타율이 2할대 초반이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도 해줬어요.”

―일본에서 야구가 잘될 때도 난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넌 워낙 성격이 좋아 그런 일이 없겠지만 혹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한화 김태균·전 지바 롯데)

“가능한 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노력해요. 근데 일본은 한국보다 편한 것도 있어요. 일단 현재는 일본어를 잘 모르니 신문기사를 못 읽고 인터넷 댓글을 봐도 잘 모르니까. 하하.”

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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