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미국 진출 논란 김성민 “내 인생을 건 선택”

  • Array
  • 입력 2012년 2월 9일 16시 07분


코멘트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성민. 동아닷컴DB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성민. 동아닷컴DB
“박찬호 선배님의 동양인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미국 무대 진출의 꿈을 이룬 김성민(18)의 포부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당찼다. 본인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박찬호의 124승을 뛰어넘어 한국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것이라 대답했다.

김성민은 현재 고교 무대에서 대적할 선수가 없는 최고의 좌완 투수다. 투수로는 비교적 작은 체격(180cm-82kg)이지만, 140km 초반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커브와 체인지업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집어 넣는 제구력이 환상적이다.

김성민의 진가는 지난해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드러났다. 홀로 3승을 책임졌고,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대구 상원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우수선수상(MVP)를 받은 것은 당연한 일.

평소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댄 듀캣 단장은 김성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18세 소년에게 미국행을 제안했다.

볼티모어는 레이 포이트빈트 스카우트 부장을 직접 한국에 파견해 계약을 체결했을 만큼 김성민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재능이 뛰어나고 제구력까지 갖춰진 좌완 투수에 대한 특별한 대우였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볼티모어 현지 언론은 김성민이 세금을 제외하고 약 5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발 앞서 미국 무대에 진출한 야탑고 김성민(19)의 51만 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에 미국 진출을 선택한 김성민은 현재 LG 트윈스에 활약하고 있는 봉중근(32)에 이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채 미국 무대에 진출한 두 번째 한국 야구 선수가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성민은 8일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가 해제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선수는 물론 지도자 생활도 할 수 없게 됐다. 대한야구협회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메이저리그의 무분별한 국내 유망주 빼가기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

김성민의 최근 불거진 자신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억울함도 있지만 당당히 실력으로 모든 걸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고교 무대를 평정하고 동기들보다 한발 앞서 프로 무대에 진출한 김성민을 지난주 박찬호 휘트니스 클럽에서 만났다. 현재 김성민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소속팀에 합류한 상태다.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성민. 동아닷컴DB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성민. 동아닷컴DB
<다음은 김성민과의 일문일답>

-미국 무대 진출을 이룬 소감은?
: 아직은 얼떨떨하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 두려움이 조금 있지만 그 곳에서 야구로 성공할 자신은 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서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신체 조건이 비교적 왜소한 편인데, 아직 키가 크고 있는지? 아니라면 몸을 불릴 계획은 있나?
: 2학년 때 2cm가 자라면서 딱 180cm가 됐다. 몸무게는 82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선수 기준으로는 작은 체구지만 몸이 크지 않아도 야구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지금까지 체력적으로 버거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몸을 불리면 무릎과 발목 등에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할 계획이다.

-현재 몸 상태는?
: 컨디션은 매우 좋다. 아픈 곳도 전혀 없다. 1학년 때 잠시 팔꿈치가 좋지 않았지만 재활을 통해 다 나았다. 투구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는 상태다.

-처음 야구를 하게 된 계기는?
: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친구 분의 추천으로 현재 NC 스카우트로 계신 유영준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하다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고 프로까지 진출하게 됐다.

-볼티모어 구단이 언제 처음으로 관심을 나타냈나?
: 지난해 9월 대통령배 대회 때 처음으로 나를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부모님을 통해 나타냈다. 내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미국 진출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먼저 미국에 진출한 많은 선배들이 대부분 2학년을 마치고 계약에 합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년 더 뛰고 나가는 것일 뿐 계약은 일찍 한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가지만 나는 고교 졸업장 대신 조기 진출을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건너가 미국야구에 적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심으로 나는 여기에 내 모든 인생을 걸었다. 도박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반드시 성공하겠다.

-계약 조건과 계약한 장소를 말해 줄 수 있나?
: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기는 어렵다. 계약은 볼티모어의 스카우트 부장이라는 레이 포이트빈트씨가 직접 한국으로 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 내부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직접 나와 계약하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는 점이 신기했다.

-투수라면 포수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영어는 잘 하나?
: 듣는 것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다 보면 말하는 것에 대한 문제 역시 어렵지 않게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많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가 있다면?
: 타격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앨버트 푸홀스다. TV로 접하며 그 선수들의 스윙이 완벽 그 자체라고 생각해왔다. 대결에서 홈런을 맞아도 좋다. 그러한 선수들에게 투구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영광이다.

-한국에서 뛸 때 상대해보고 싶은 프로야구 타자는 누구였나?
: (주저하지 않고)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 선배님이다. 체구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이 좋아 파워와 컨택이 모두 완벽하다. 모든 한국 타자들의 롤 모델이 돼도 좋을 만큼 완벽한 스윙을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성민. 동아닷컴DB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성민. 동아닷컴DB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의 왼손 투수 중 가장 닮고 싶은 투수는?
: 메이저리그 투수 중엔 지금은 은퇴한 빌리 와그너를 닮고 싶다. 나랑 비슷한 체구에서 나오는 공이 엄청나다. 어린 시절부터 롤 모델로 삼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류현진 선배님을 꼽고 싶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당당한 모습과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잘 던지고 싶은 서클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메이저리그 콜업을 언제쯤으로 목표하고 있는가?
: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기는 어렵다. 욕심을 조금 낸다면 3년이다. 최선을 다해 최대한 빠른 기간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고 싶다.

-패스트볼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스트볼 외에 자신 있는 구질은?
: 서클 체인지업이라고 많이들 말씀해 주시는데 나는 커브에 자신이 있다. 비록 키는 작지만 커브를 빠르게 던질 줄 안다. 각을 더 가다듬어 빠르면서도 각이 큰 커브를 주무기로 삼고 싶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장점은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프로 선수에게는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가 심한 편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감독님에게 ‘포커 페이스’가 되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다면 어느 정도의 커리어를 쌓고 싶은가. 뚜렷한 목표가 있나?
: 이미 내 인생의 목표를 세워놓았다. 내 꿈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 박찬호 선배님의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뛰어넘는 것이다.

-해외 진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국내 어느 팀에서 뛰고 싶었나?
: LG 트윈스다. LG에서 뛰고 있는 내야수 김태완과 친척 관계다. 촌수로는 멀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 의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LG에서 뛰고 싶었다.

-해외 진출로 소속팀 대구 상원고의 전력이 약해진 것 같다.
: 그렇지 않다. 괜찮은 선수들이 있다. 올해 3학년이 되는 유격수 김태수와 투수 배재준이 있다. 김태수는 유격수임에도 공을 때리는 능력과 파워를 모두 갖췄다. 또한 배재준은 188cm의 장신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이 일품이다. 고교야구에서의 더스틴 니퍼트다.

-아마추어 시절 기억에 남는 지도자가 있다면?
: 경복중학교 시절의 원민구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야구를 이만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내게 공을 던지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야구에 대한 꿈을 심어주셨다.

-현재 고교 야구에 라이벌이라고 생각되는 투수를 꼽자면?
: (망설임 없이) 천안북일고의 윤형배다. 체격 조건도 우수하고 공 스피드도 빠르고 매우 위력적인 피칭을 한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마추어 야구를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 아무래도 지난해 청룡기에서 우승할 때다.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3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MVP를 수상했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고교야구 주말 리그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현재 시스템은 투수들이 몸 관리를 할 수 있다. 매일 등판하는 현상이 줄어 부상당할 위험도 함께 줄었다. 하지만 평일에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경기를 하다보니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의 시스템도 선수들이 다칠 가능성이 높았다는 단점이 있다. 에이스급 투수들은 연투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 대회 기간이 짧아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다는 장점은 있다. 두 제도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미국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나도 아직 진출 초기단계라 뭐라고 말을 하기 쉽지 않다. 굳이 한다면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잡길 바란다.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봐라. 어차피 인생은 한번 뿐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김성민에 야구란 무엇인가?
: 밥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밥은 꼭 필요한 것이다. 내게 야구란 그런 존재다.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