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에 미친 두 사내 “런던올림픽, 8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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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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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선수-안한봉 코치 ‘두번째 金’ 의기투합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의기투합한 레슬링 대표팀 정지현(왼쪽)과 안한봉 코치가 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서로를 껴안으며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레슬링의 침체기를 깨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의기투합한 레슬링 대표팀 정지현(왼쪽)과 안한봉 코치가 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서로를 껴안으며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레슬링의 침체기를 깨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도자와 선수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합작했던 순간을 런던에서 재현하고 싶다.”(안한봉 레슬링 대표팀 코치)

“런던 올림픽까지의 내 모든 시간을 안 코치에게 맡겼다. 그의 지시대로 먹고 자고 숨쉬고 훈련할 것이다.”(대표팀 간판 정지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한봉 코치(42·삼성생명 감독)가 지난해 11월 7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한국 레슬링의 대스타이자 2004년 이미 대표팀 감독을 지냈지만 가장 아끼는 제자 정지현(29)의 부활을 돕기 위해 코치직을 전격 수락했다. 안 감독은 “직함이 무슨 소용인가. 내가 못 이룬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지현이가 따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 10년 사제 인연

안 코치는 기술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8년 전에 비해 체력이 떨어진 정지현을 부활시킬 적임자로 꼽힌다. 대한레슬링협회 김학렬 사무국장은 “안 코치는 타이어를 이용한 훈련을 개발하는 등 체력 강화 지도에 일가견이 있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기술 훈련을 마치고 온몸이 땀에 젖은 정지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노골드’에 그친 한국 레슬링의 침체기를 안 코치와 함께 깨고 싶다”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10년 전에 시작됐다. 안 코치는 대표팀과 삼성생명 코치를 겸직했던 2002년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했던 한국체대 새내기 정지현을 삼성생명에 영입했다. 삼성생명 사원 대우를 하며 안정적인 운동 환경을 마련해 준 것이다. 안 코치는 “정지현은 유럽과 아시아 선수를 섞어놓은 듯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팀에 빼앗기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 닮은꼴 레슬링 인생

무명에 가까웠던 정지현은 2004년 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화려하게 떠올랐지만 이후 부상과 슬럼프를 겪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2연패를 노리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결승에서 천적 오미드 노루지(이란)에게 패한 뒤 고개를 숙였다. 1992년 올림픽 금 이후 부진했던 스승과 비슷한 행로였다. 정지현은 “노력한 데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런던 올림픽은 스승과 제자의 한을 풀 수 있는 무대다. 안 코치는 “지현이는 나와 다른 모습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두 번째 금메달을 따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 어게인 2004

정지현은 지난해 터키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 오른팔 인대 부상 투혼 속에서 공동 5위에 올라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세계선수권 6위 이내 입상자를 배출한 나라에 자동 출전권을 준다. 3차에 걸친 대표 선발전이 남아 있지만 정지현은 이미 획득해 놓은 점수가 많아 런던행이 유력하다.

정지현은 “하늘을 감동시켜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항상 안 코치께서 강조하신다. 마지막 올림픽이다. 레슬링에 제대로 한번 미쳐 보겠다”고 다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장치혁 채널A 기자 jangta@donga.com   


#레슬링#정지현#안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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