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투척·각목·화염병…그곳은 전쟁터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2월 3일 07시 00분


최소 70명 이상 사망·1000여명 부상
이집트서 사상 최악의 축구장 유혈사태


세계 축구계 사상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축구장에서 70명 이상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 당했다.

2일 오전(한국시간) 이집트 북동부 항구 도시 포트사이드에서 열린 알 마스리와 알 아흘리 간의 이집트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3-1로 홈 팀인 알 마스리의 승리로 끝났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연고로 둔 알 아흘리의 승리가 예견됐기에 이변이 일어난 셈이다.

사단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벌어졌다.

로이터 등 복수의 외신들에 따르면 알 아흘리 팬들이 모욕적인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보였고, 이에 격분한 홈 팬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하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잔뜩 흥분한 알 마스리 팬들은 원정 선수단과 팬들에게 돌을 투척하고, 각목을 휘둘렀다. 날아다니던 화염병에 의해 경기장 한 쪽이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알 아흘리의 스태프와 진행 요원들도 공격 대상이 됐다. 현장 경찰들도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를 한동안 수습하지 못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부상자를 나르기 위한 헬기도 투입됐다. 이집트 당국은 “최소 74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크게 다쳤다”고 발표했지만 상당수가 중상을 입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알 아흘리의 한 팬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집트 보건 담당관은 “달아나던 많은 관중이 장내 좁은 출구를 향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많은 압사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뇌진탕과 흉기로 인한 자상을 당했고, 질식으로 인한 피해도 컸다”고 전했다. 이집트축구협회는 무기한 리그 중단을 발표했고, 이집트 의회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집트 검찰의 수사도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대립이 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민혁명으로 독재자 무바라크가 퇴출됐지만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이 많고, 이들을 중심으로 민주화 바람에 반대하는 무력시위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영국 방송 BBC는 “흉기 소지자들이 많았다”는 점을 들어 사전에 계획된 사태로 해석했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은 “축구사 최악의 하루가 될 것 같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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