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테니스 男단식 결승 5시간 53분 명승부… 프로스포츠 최장 시간 경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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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도 정신력도 동난 밤… 습관이 실력!

“트로피가 두 개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해 아쉽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6시간 가까이 네트를 마주하고 사투를 벌인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찬사를 보냈다. 세계 1위 조코비치는 30일(현지 시간) 새벽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나달을 3-2로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경기 시간은 역대 메이저 대회 결승 최장 기록인 5시간 53분이었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인 1988년 US오픈 결승에서 마츠 빌란데르가 이반 렌들을 누를 때의 4시간 54분보다 59분이 더 걸렸을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했다. 조코비치가 승리의 환호에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를 찢을 무렵 코트의 시계는 오전 1시 40분을 넘기고 있었다.

초인으로 불릴 만한 이들의 대결은 역사에 남을 명승부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조코비치와 나달은 코트의 최대 라이벌이다. 하지만 번번이 승리는 조코비치의 몫이었다. 조코비치는 나달과의 최근 상대전적에서 결승에서만 7연승을 달리며 나달에게 사상 첫 메이저 대회 3연속 준우승이라는 수모까지 안겼다.

최고의 경기력에는 기술, 체력, 정신력, 운 등 네 가지 요소가 따라야 한다. 박태환 등을 담당한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조코비치와 나달의 기량은 백지 한 장 차이다. 위기 극복 능력에서 조코비치가 앞섰다”고 분석했다. 나달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제스처와 강한 액션으로 상대를 압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감정을 자제한 조코비치는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며 나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나달에 대한 조코비치의 자신감도 컸다. 나달은 5세트 4-2까지 앞서다 4-4로 동점을 허용한 뒤 샷이 짧아지면서 크게 흔들렸다.

스포츠 현장에는 진땀 나는 마라톤 승부가 남다른 묘미를 전하고 있다. 2010년 윔블던 테니스에서 존 이즈너(미국)는 니콜라 마위(프랑스)와의 1회전에서 일몰로 사흘 동안 11시간 5분의 혈전 끝에 3-2로 이겼다. 타이 브레이크가 없는 5세트의 게임 스코어는 무려 70-68이었다. 5세트 소요 시간만도 8시간 11분이나 됐다.

국내 프로골프 최다 연장전 기록은 1997년 8월 서아람이 동일레나운클래식에서 11번째 연장 끝에 강수연을 꺾고 우승할 때 나왔다. 서아람은 “중계 방송사 테이프가 동이 날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9년 유소연은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동갑내기 최혜용과 9차 연장 끝에 트로피를 안았다. 2009년 국내 프로농구 동부는 삼성과 3시간 17분 58초 동안 5차 연장을 치른 끝에 이겼다. 당시 삼성 감독이던 안준호 한국농구연맹 이사는 “나중엔 몇 차 연장전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조건은 무얼까. 조 박사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정신력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습관이 나온다. 평소 그런 위기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 반복 훈련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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