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도로공사 ‘닥공’이 살아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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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7시 00분


어창선 감독 “져도 좋다…무조건 때려”
끈끈한 팀워크로 ‘이판사판 배구’ 부활

도로공사 특유의 ‘끈끈한 배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17일 흥국생명을 꺾은 뒤 기뻐하는 도공 선수들.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 특유의 ‘끈끈한 배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17일 흥국생명을 꺾은 뒤 기뻐하는 도공 선수들. 스포츠동아DB
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팀 컬러는 ‘끈끈함’과 ‘벌떼 공격’이었다. 한데, 올 시즌은 뭔가 잘 풀리지 않았다. 허무한 게임이 많아졌다. 패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착같은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겨도 찜찜했다.

도공 어창선 감독도 고민이 컸다. 계기는 작년 12월24일 IBK기업은행과의 3라운드 원정 전이었다. 세트스코어 0-3 완패. 결과가 아픈 건 아니었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쓰라렸다. 보다 못한 어 감독은 약 2주 간의 올스타전 휴식기를 시작하며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시즌 중 미팅은 비교적 이례적인 일. 선수들이 먼저 마음을 열었다. 그는 “작년에 비해 자꾸 소극적으로 하게 된다. 실수가 두려워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어 감독이 찾은 해법은 ‘옛 것’이었다. 팬들이 좋아했던 ‘이판사판’ 배구였다. 두려워 말고, 페인트 모션 하지 말고, 그대로 때리라고 주문했다. 팀에 해결사로 꼽을만한 걸출한 스타가 없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도움이 됐다. 베스트와 백업 진용간의 실력 차가 썩 크지 않다보니 해볼 만 했다.

멀티화에도 초점을 뒀다. 레프트와 라이트, 수비수와 공격수를 나누는 게 아니라 모두가 다양한 포지션을 책임지도록 했다. 황민경만 해도 라이트였지만 레프트를 맡겨도 제 몫을 어느 정도 하게 됐다.

효과는 바로 나왔다. 15일 IBK기업은행을 풀세트 접전 끝에 누른 뒤 이틀 만에 흥국생명까지 제압했다. 특유의 전원 공격 패턴이 고스란히 나왔다. 흥국생명전은 과감성에서 승부가 갈렸다. 어 감독은 “져도 좋다. 스타가 없다는 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는 여지가 넓다는 의미다. 조직력도 살아나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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