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배드민턴 코칭 스태프 “우린 가정이 없습니다”

  • 동아일보

성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49)은 12일 선수단보다 사흘 늦게 말레이시아오픈 출전을 위해 출국한다. 합류가 늦어진 사연은 이렇다. 성 감독은 9일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다 장모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다. 성 감독은 황망히 경남 진주시의 빈소로 발길을 돌렸다. 성 감독의 부인인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도 셔틀콕 스타 출신. 안식년을 맞아 1년 일정으로 싱가포르에 머물던 김 교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귀국길에 올랐다.

성 감독은 지난해 3월 독일오픈에 출전하는 중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데 이어 3개월 뒤 인도네시아오픈 출전 도중 아버지마저 저세상으로 가셨다. 성 감독은 “임종도 못한 불효자가 된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성 감독처럼 배드민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집안 애경사 참석이 힘들다. 한 달에 집에서 자는 날을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연간 20개 안팎의 국제대회에, 합숙 훈련, 국내 대회 참가 등을 따지만 연간 45주 정도를 외박한다. 10년 동안 대표팀에 있었던 김학균 김천시청 코치는 “첫째 아이가 태어날 때 외국에 있었다. 둘째 때는 아예 부인의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쉬는 날로 맞췄다”고 말했다.

성 감독은 “대우가 좋지도 않고 꿈과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가장이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가정불화가 일거나 파경에 이른 사례도 있다. 대표팀 지도자를 꺼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표팀 장수 지도자 중에는 셔틀콕 커플이 많다. 대표팀 김문수, 강경진 코치의 부인도 배드민턴 선수 출신. 20년 동안 대표팀을 지켰던 김중수 씨의 부인도 배드민턴 스타인 정명희 씨다. 김 씨는 “아내의 이해가 없었다면 진작 서류봉투가 날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도 사치다. 한국 배드민턴의 대부로 30년 넘게 안살림을 도맡아 한 김학석 대한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은 현장을 누비다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하나를 잘라야 했다.

한국은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지난 베이징 대회까지 금메달 6개를 합작했고 주요 국제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배드민턴 지도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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