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비운의 루키, 두산 이규환… 신인교육 숙소서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미국 고교 야구 감독을 하다 35세 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짐 모리스의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신인선수 교육에서 모리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루키’(2002년)를 상영했다. 프로에 갓 입문한 선수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려는 취지였다.

선수들은 영화에 몰입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은 달랐다. 두산 신인 이규환(23·사진)은 꿈을 펼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규환은 10일 오전 9시쯤 충남 예산군 R스파캐슬 스파동 지하 2층 비상계단에서 숨진 채 콘도 직원에게 발견됐다. KBO는 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이곳에서 신인 교육을 했다.

충남 예산경찰서에 따르면 이규환은 9일 오후 11시쯤부터 이 콘도 6층에서 타 구단 선수 3명과 술을 마셨다. 그는 10일 오전 3시경 술자리를 마치고 비상계단을 통해 자신의 방인 3층으로 내려가던 중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11일 부검을 할 예정이다.

이규환은 올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청원고 졸업을 앞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점을 받지 못했지만 원광대에 입학하면서 야구에 눈을 떴다. 대학 4년간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 도루 77개를 기록한 호타준족이었다. 대학리그에서 도루왕을 차지할 정도로 발이 빨라 두산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어젯밤 악몽을 꿨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교육에 참가했던 두산 신인 선수들은 10일 복귀해 구단 시무식에 참석했다. 김진욱 감독은 “눈여겨본 선수가 이런 일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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