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집으로 배달된 태극마크 유니폼을 받는 순간 가슴이 설레면서 어깨가 무거워지더군요.”
1990년대 한국 여자 골프의 강자로 이름을 날린 박현순(40·사진). 지난해 말 한국 골프 대표팀 상비군 코치에 선임된 그는 18일까지 2주 동안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박현순은 “고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대표선수를 한 적이 없어요. 프로 전향 후 2000년 제1회 잉글랜드 월드컵에 강수연과 한국 대표로 출전했는데 당시에는 대표팀 유니폼도 없이 갔었다”며 회고했다.
그는 지난해 말 대표팀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며칠 밤을 새우면서 산고에 가까운 목통증이 생겨 병원을 들락거릴 만큼 의욕을 보였다. 두 아들은 충남 공주의 친정에 맡겼다.
2009년을 끝으로 은퇴한 박현순은 용인대에 편입한 뒤 2010년 한국체대 대학원에서 스포츠마케팅 석사과정에 입학해 만학의 길을 걸었다.
박세리의 고교 선배인 박현순은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 어린 후배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다. 체력의 중요성과 기본기, 매너 등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교 때까지 육상 800m 선수를 지낸 박현순은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 한화에 복귀하는 박찬호의 사촌 누나다. 이들의 아버지가 형제 사이다. 젊은 시절 황소를 번쩍 들 정도로 장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이들은 어려서부터 운동 신경과 체력이 뛰어났다. 명절 때 집안 모임에서 팔씨름 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박현순은 “내가 미국 무대에 도전했을 당시 찬호 집에 머물며 큰 도움을 받았다. 찬호가 고향 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이제 한화 팬이 돼 야구장 응원을 가야겠다. 근데 아직 바빠 못 봤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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