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1순위 한화 투수 유창식-내야수 하주석의 신년결의

  • 동아일보

“신인왕 먹어라”, “형은 선발 10승 꼭”

올 시즌 프로야구 한화에서는 2011시즌과 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차례로 1순위를 차지한 유망주 선후배가 한솥밥을 먹는다. 1년 선배인 투수 유창식(왼쪽)과 내야수 하주석이 그들이다. 올 시즌 활약을 다짐하며 8일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 야구장에서 힘차게 도약하는 이들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프로야구 한화 제공
올 시즌 프로야구 한화에서는 2011시즌과 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차례로 1순위를 차지한 유망주 선후배가 한솥밥을 먹는다. 1년 선배인 투수 유창식(왼쪽)과 내야수 하주석이 그들이다. 올 시즌 활약을 다짐하며 8일 한화의 홈구장인 대전 야구장에서 힘차게 도약하는 이들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프로야구 한화 제공
#만남 1.

2010년 3월 광주일고와 신일고의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8강전. 당시 고교 무대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광주일고 졸업반 유창식(20)은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타석에 나선 신일고 2학년 하주석(19)과 만난다. 장타 한 방으로 역전을 노리던 하주석은 유창식의 슬라이더를 받아쳤지만 타구는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그런데 유창식은 1루 송구 실책을 범했고, 승부처에서 이름값을 못한 두 선수는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이날 6-1로 이긴 광주일고는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차지했고 유창식은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만남 2.

유창식과 하주석은 2010년 캐나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에서 재회한다. 1년 선후배인 이들은 학교를 떠나 동고동락하면서 우정을 나눴다. 불세출의 투수 고 최동원과 선동열이 국가대표 시절 정을 쌓았던 것처럼…. 유창식은 이 대회에서 탈삼진왕에 오를 때 신었던 스파이크를 하주석에게 선물했다.

○ 한화에서 만난 야구 ‘전국 1등’

둘의 인연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창식은 지난해, 하주석은 올해 프로야구 한화 유니폼을 차례로 입었다. 이들은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라는 영광의 공통분모도 있다. 2012년 비상을 꿈꾸는 1순위 선후배를 8일 대전야구장에서 만났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7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은 “수능 전국 1등 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호명됐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NC에 특별 우선지명된 2명을 제외하고 올해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은 전천후 내야수 하주석은 “당시 대졸 신인까지 800여 명이 몰려서 1순위를 자신하지 못했다. 막상 1순위가 되고 보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험난한 프로 세계

신인 랭킹 1위에게도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06년 류현진(한화) 이후 데뷔 시즌에 성공한 신인은 찾기 힘들다. ‘7억 팔’, ‘제2의 류현진’으로 불렸던 유창식도 지난해 1군에서 26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 6.69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먼저 실패를 경험한 유창식은 “지난해는 부상으로 내 실력의 1%도 못 보여줬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며 “프로는 장난이 아니다. 자신이 평범한 선수라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주석은 최근 프로 적응 스트레스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심해졌다. 그는 “지난해 일본 마무리 캠프에서 접한 선배들의 공은 변화구 각, 볼 끝, 볼 배합 등 차원이 달랐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 박찬호 김태균 대선배에게 배운다

이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뛰는 멘토가 생겼다. 국내에 복귀한 박찬호와 김태균이다. 유창식은 “박찬호 선배에게 아직 말도 못 걸어봤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주석은 “내 소심한 성격을 간파한 (김)태균이 형이 고민하지 말고 즐기라는 충고를 해줘서 감동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두 어린 보물들이 어서 커서 팀의 신구 조화가 이뤄져야 4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로의 매운맛을 본 유창식과 첫 시즌을 앞둔 두려움을 걷어내지 못한 하주석 모두 인터뷰 내내 구체적인 시즌 목표를 밝히기를 부담스러워했다. 기자의 제안으로 서로의 목표를 정해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래 목표가 달성된다면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에도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지 않을까.

“주석아, 3할 치고 내가 못한 신인왕 먹어라.”(유창식)

“고교 시절 타자들을 떨게 했던 시속 150km 직구 부활과 선발 10승 부탁해요.”(하주석)

대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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