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기자의 끝내기 홈런]영화 ‘퍼펙트게임’과 야구박물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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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영화 ‘퍼펙트게임’을 봤다. 고 최동원(전 한화 2군 감독)과 선동열(현 KIA 감독)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데 끌렸다.

‘퍼펙트게임’은 1987년 5월 16일 두 영웅의 맞대결이 모티브다. 이날 경기는 15회 연장 끝에 2-2로 비겼다. 4시간 56분에 걸친 대혈투. 선동열은 232개, 최동원은 209개의 공을 던졌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프로야구 30년사에 최고의 명승부였다.

영화는 최동원과 선동열이 태극마크를 함께 달았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최동원은 3년 후배 선동열을 아꼈다. 선동열은 “최동원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선배를 우러러봤다. 그런 둘이 프로에서 경쟁자로 만났다. 선동열은 1986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2년 전 MVP였던 최동원은 ‘지는 태양’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를 악문다. 그리고 이듬해 영호남의 라이벌로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퍼펙트게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다. 조승우(최동원 역)와 양동근(선동열 역)은 영화 촬영에 앞서 몇 개월 동안 투구 연습을 할 정도로 열연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선동열이 최동원처럼 커브를 던지려다 손가락에서 피를 흘렸다거나 최동원의 오른 어깨에 수술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는 건 사실과 달랐다. 경기 도중 양 팀 선수들이 화장실에서 패싸움을 하거나 당시 정부가 영호남 대결을 부추겨 야구팬들이 상대를 비난한다는 설정도 껄끄러웠다.

야구 담당 기자로 ‘퍼펙트게임’은 불세출의 야구 스타를 다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만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위적인 묘사는 공감을 얻지 못했다. 올해 680만 관중을 동원한 실제 그라운드만큼 극적이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최동원과 선동열의 명승부는 기록지로만 남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경기 동영상 자료가 없다. 방송사에도 하이라이트 영상만 남아 있다고 한다. 동영상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이다. KBO는 3년 뒤 야구박물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올해 세상을 떠난 최 감독과 ‘타격 천재’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의 경기 동영상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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