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회장 식사자리서 간곡하게 요청 황보위원장 삼고초려 설득끝 승낙얻어 전북 모기업 현대차 결단으로 일사천리 기술위 외국인 감독 3명 프로필만 확보
A대표팀은 한국축구의 얼굴이다. 상징성이 대단하다. A대표팀 사령탑을 누가 맡는지는 늘 초미의 관심사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긴박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조광래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한 뒤 차기 대표팀 사령탑을 뽑는 과정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해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기술위원회가 13일 “국내외 감독을 주로 고려하겠지만 외국인 쪽에 무게를 두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21일 국내파인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선임을 전격 발표하기까지 1주일 간 막전막후를 살펴본다.
● 조중연 회장, 최강희 결심에 방점 찍다
가장 궁금한 건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하게 된 배경이다.
최 감독은 작년 7월 조광래 감독 선임 당시에도 후보에 올랐었다. 허정무 감독이 연임을 거부하고 정해성 감독마저 고사한 상황에서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최 감독을 만났다. 최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언론에 영입 1순위로 오르내리자 최 감독은 직간접적인 경로로 확실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이 최 감독의 마음을 돌려놨다. 조 회장과 최 감독은 평소 각별한 사이다. 조 회장이 1980년대 후반 현대 호랑이축구단 감독일 때 최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30년 가까이 사제의 정을 쌓았다. 축구계 한 인사는 “두 분이 1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 식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과 최 감독은 최근에도 사석에서 만났다. 원래 잡혀 있던 약속이었다.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친한 지인 몇 명과 편하게 식사하는 자리였다. 조 회장은 식사 도중 최 감독이 부담을 가질까봐 대표팀 감독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 조 회장이 최 감독에게 협조를 부탁했고, 이것이 최 감독의 결심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됐다.
● 황보 위원장 삼고초려로 최강희 설득
조 회장과 최 감독의 인연과는 별도로 황보관 기술위원장도 최 감독 설득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삼고초려였다. 황보 위원장은 21일 공식 브리핑 때 “최 감독과 3차례 만났고 월요일(12월19일)에 수락의사를 들었다”고 밝혔다.
황보 위원장은 14일 최 감독을 처음 만났다. 최 감독은 거절했다. 16일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에도 최 감독은 “어려울 것 같다. 전북과 계약도 남아있다. 팀에 도의적인 책임도 있다”고 했다. 황보 위원장은 두 번째 만남에서 좀 더 설득하면 최 감독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19일 황보 위원장은 최 감독과 세 번째로 만나 확답을 받았다. 황보 위원장은 최 감독과 만날 때는 철저히 홀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과정이 하나 남아 있었다.
전북 현대의 협조가 필요했다. 전북 모기업 현대자동차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최 감독을 보내주기로 결단을 내리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대자동차가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스폰서라는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외국인 후보 3명 프로필만 확보
황보 위원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몇 명의 외국인 감독도 후보에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 접촉은 명분 쌓기라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복수 후보가 있었다는 건 사실로 보인다. 최종 3명의 후보가 압축됐었다고 한다. 그 중 한 명이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작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파라과이를 8강에 올려놓은 마르티노 감독이었다. 그러나 직접 만나 협상하는 등의 과정은 없었다. 협회는 최 감독 영입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한 예비 카드로 외국인 감독의 프로필만 확보하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최 감독 설득에 성공하면서 외국인 감독 선임은 없던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