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빗슈 유(25·니혼햄)가 노모 히데오(43) 박찬호(38) 마쓰자카 다이스케(31)를 뛰어넘는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고 투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선언한 다루빗슈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텍사스 토론토 워싱턴에 이어 ‘큰손’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까지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그의 몸값이 2006년 보스턴 입단 당시의 마쓰자카(6년간 52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루빗슈도 “연봉 2000만 달러(약 227억 원) 이상의 최고 대우가 아니면 일본에 남겠다”며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노모 박찬호 마쓰자카의 전성기를 다루빗슈와 비교해봤다.
야구전문가들은 같은 시속 150km대의 직구라도 다루빗슈의 포심 패스트볼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강속구로 유명한 마쓰자카는 2007년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직구 구위가 이미 하향세에 접어든 상황이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그를 ‘고교 시절부터 혹사당해 부상 위험이 큰 선수’로 분류했다. 일본의 6선발 체제에 길들여졌던 마쓰자카가 미국의 5선발 로테이션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부상까지 겹쳐 마쓰자카의 직구는 140km대로 떨어졌다. 그가 최근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 이유다. 노모 역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3년 만에 직구 속도가 떨어져 제구력 위주의 투구로 승부를 걸었다.
반면 다루빗슈의 직구는 빠르기와 함께 칼날 제구력을 겸비했다. 마쓰자카와 박찬호는 전성기 때 포수 앞에서 떠오르는 듯한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졌다. 다루빗슈는 직구가 낮게 깔리듯 들어온다. 큰 키(196cm)와 타고난 유연함으로 내리꽂듯 공을 던져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는 더 빠르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다루빗슈의 투구폼은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를 최대한 홈플레이트 쪽으로 가져가는 전성기의 선동열과 비슷하다. 마쓰자카는 제구가 안 돼 5이닝 동안 투구 수 100개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다루빗슈는 볼 끝이 좋고 완급 조절 능력을 갖춰 긴 이닝을 소화한다”고 했다.
변화구 구사 능력도 다루빗슈가 앞선다는 평가다. 마쓰자카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졌지만 미국 타자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상체 위주로 공을 던지는 게 문제였다. 박찬호의 경우 마이너리그 시절 커브와 슬라이더를 다듬어 빅 리그에서 성공했다.
다루빗슈는 직구 못지않게 슬라이더와 싱커도 날카롭다. 노모가 메이저리그에서 ‘토네이도 열풍’을 일으켰을 때의 낙차 큰 포크볼만큼이나 위력적이었다. 송재우 OBS 해설위원은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변화구로 커터와 싱커를 던지는 경우는 많지만 슬라이더는 드물다”며 “다루빗슈는 싱커는 물론이고 슬라이더까지 자유자재로 던져 희소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문화에 익숙한 것도 다루빗슈의 성공 예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의 한 대학에서 만난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다. 외모도 서양인과 닮았다. 트위터 애호가로 세세한 부분까지 팬들과 교감하는 등 친화력도 좋다.
반면 마쓰자카는 보스턴 구단의 특혜를 받으면서도 언어 등 미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전속 물리치료사, 통역을 비롯해 일본행 일등석 왕복항공권, 주택지원비 10만 달러, 지인들을 위한 전용 스카이박스까지 지원받았지만 미국 적응에는 실패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다루빗슈 유
△생년월일: 1986년 8월 16일 △체격: 196cm, 98kg △경력: 도호쿠고-니혼햄 △몸값: 2011시즌 5억 엔(약 74억 원) △주무기: 시속 150km대 직구, 슬라이더, 싱커 △프로 성적: 93승 38패 평균자책 1.99(2005∼2011년) △주요 성적: 2007, 2009년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 2007∼2011년 5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