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 “LG는 샌님, SK는 광란의 파이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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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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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최동수가 말하는 ‘SK에서의 1년 반’

2009년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최동수(왼쪽)와 2011년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최동수. 동아일보DB
2009년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최동수(왼쪽)와 2011년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최동수. 동아일보DB
2000년대 후반 최고 성적을 거둔 프로야구 팀은 단연 SK다. SK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중 3번을 우승했다.

정반대에 있는 팀은 LG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마지막으로 2003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9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한 팀은 LG가 유일하다.

최동수(40)는 극과 극인 두 팀을 체험한 몇 안 되는 선수다. 1994년 프로 데뷔 후 줄곧 LG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지난해 7월 말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올해 백업 멤버로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탠 뒤 지난달 제2차 드래프트에서 다시 LG로 복귀했다. 1년 반의 ‘유학’을 한 그에게 김기태 감독은 “SK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왔으니 그동안 배운 것을 우리 팀에 잘 접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SK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그도 깜짝 놀랄 만큼 특별한 팀이었다.

○ 신뢰의 야구

지난주 구리 챔피언스클럽에서 만난 최동수는 올 시즌 경기 중 경험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팽팽한 투수전이 진행됐고 SK는 몇 차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야수 고참 이호준이 투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가더니 “우리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 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더란다.

그랬더니 그날 선발 투수로 등판했던 선수는 “아닙니다. 야수들이 수비를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제가 잘 던지고 있는 겁니다”라고 화답했다. 최동수는 “충격이었다. 어떤 투수든지 ‘타자들이 좀 쳐주면 편하게 갈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SK 선수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서로를 믿었다. 괜히 야구를 잘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 긍정의 야구

최동수가 본 LG와 SK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기를 대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SK 선수들은 여유롭지만 LG 선수들은 쫓길 때가 많다는 것이다. 최동수는 “냉정하게 말해 두 팀 선수들 모두 야구를 열심히 한다. 그런데 LG 선수들은 역전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스트레스가 크다. 반면에 SK는 지고 있어도 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동수는 그런 SK 야구를 ‘긍정의 야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SK 선수들은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한 점이라도 더 쫓아가려 한다. 그러다 점수차가 줄어들면 그땐 이기려고 달려든다. 그렇게 몇 번을 이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얘들은 언제든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 파이팅의 야구

TV 중계를 통해 잘 안 보이는 게 있다. 바로 더그아웃의 분위기다. 최동수가 본 SK 더그아웃은 ‘광란의 장소’다.

최동수는 “경기 중 승부의 물꼬를 트는 안타나 볼넷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른 팀 선수들도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한다. 하지만 SK 선수들은 한마디로 미친다. 거의 ‘또라이’처럼 괴성을 지르고 난리를 친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고 했다.

그런 세리머니를 통해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열정을 표시하고 일체감을 느낀다. 최동수는 “SK는 더그아웃이 살아 있는 팀이다. LG가 샌님처럼 야구를 한다면 SK는 반 미친 듯이 야구를 한다. 그런 파이터 기질이 실력 이상의 효과를 내곤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최동수 선수는 ::


△생년월일: 1971년 9월 11일 △체격: 키 186cm, 몸무게 98kg

△출신교: 봉천초-강남중-광영고-중앙대

△포지션: 포수로 입단, 2000년대 초반 1루수로 전향

△2011시즌 연봉: 1억 5000만 원 △2011시즌 성적: 타율 0.304,

2홈런, 30타점 △통산 성적=18시즌 타율 0.268, 89홈런, 465타점

△주요 수상: 2002년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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