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전 감독 야구판에 일침 “박찬호 한화行은 특혜… 모든 팀에 기회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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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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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김병현 나중에 돌아오면 원칙 벗어난 특별법 또 만들건가
한국은 힘이 지배하는 재벌사회… 야구판 신의 없고 기회주의자만

“지금 전철 안입니다. 나중에 통화합시다.”

‘야신(野神)’ 김성근 전 SK 감독(69)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기 저기 돌아다닌다고 했다. 이튿날인 4일 전화 연결이 됐다. 김 전 감독은 8월 시즌 도중 SK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SK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명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이었다.

그 후 김 전 감독은 전국을 돌며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했다. 야인(野人)으로 4개월째를 맞은 그에게서 최근 야구계 전반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후배 가르치는 일은 잠시 그만뒀어요.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몸을 만들고 있죠. 언제든 그라운드로 돌아올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일본 진출은 어떻게 되셨는지요. 국내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 사령탑 제안도 받았는데요.

“지도자로 일본에 가는 계획은 아쉽게도 무산됐어요. 몇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았어요. 독립리그에서 감독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 건 고마운 일이죠. (수락 여부를) 깊이 생각 중입니다.”

김 전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박찬호 이승엽(이상 전 오릭스) 김태균(전 지바 롯데)이 국내 복귀를 선언한 것에 대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받아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찬호가 내년에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찬호는 고향 팀인 한화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영입을 추진 중인데요.

“특정 구단에 특혜를 주면 안 되죠. 나중에 김병현(전 라쿠텐)이나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돌아올 때도 특별법을 만들 겁니까. 원리원칙에서 벗어난 법을 만들면 문제가 커집니다. 아예 모든 팀이 선택할 수 있게 전면 드래프트를 해야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리저리 법을 바꾸는 건 난센스입니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국내에서 뛰었던 팀이 있지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했다. ‘박찬호는 한화 선수’라는 식으로 특별대우를 할 게 아니라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복귀시켜야 한다는 게 김 전 감독의 얘기였다.

일본 U턴파가 내년에 국내에서 뛴다면 어느 정도 성적을 낼까. 김 전 감독은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8년간 뛰면서 실력을 검증받았어요.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 시절인 2005∼2007년 30홈런 이상을 날렸고 올해도 오릭스에서 15홈런을 기록했죠. 김태균은 올 시즌 도중에 돌아왔지만 기본기는 갖춘 선수예요. 둘 모두 20홈런 이상은 가능할 겁니다. 박찬호도 10승은 거둘 만한 관록을 갖고 있어요.”

―내년에 오릭스에서 뛰는 이대호는 어떻게 보시나요.

“타율 3할에 홈런 20개 이상은 충분히 할 겁니다. 수비 범위가 좁은 약점은 퍼시픽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죠.”

김 전 감독은 최근 한 남성잡지에 ‘이만수 감독이 예의가 없다’고 말한 게 보도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지적했는데 특정 부분만 부각됐다는 거였다.

“한국은 힘에 의해 움직이는 재벌 사회입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죠. 기회주의자들이 살아남고 신의와 의리, 예의는 사라졌어요. 예컨대 코치가 사령탑 제안을 받았다면 전임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는 건 기본 예의입니다. 그런 게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실망스러웠을 뿐입니다.”

김 전 감독은 “나는 기성 스포츠에 반발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구단이 감독에게 지시하는 식의 풍토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고희를 앞뒀지만 야신의 지적은 예나 지금이나 날카로웠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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