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이루진 못했지만… ‘김호곤 매직’ 빛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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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매직’이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울산 구단은 “여기까지 끌고 와 준 것만 해도 고맙다”며 김호곤 감독(60)에게 고개를 숙였다.

프로축구 최고령 사령탑인 김 감독은 시즌 초반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자 팬들은 김 감독의 선수 보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설기현(32)과 곽태휘(30)를 영입했다. 지난해까지 설기현은 포항에서, 곽태휘는 일본 교토상가에서 뛰었다.

하지만 울산은 정규시즌 막판 8경기(5승 3무) 연속 무패 행진으로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 플레이오프에 극적으로 진출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김호곤 매직은 상위 팀들을 연파하고 챔프전까지 올랐다. 시즌 초반 김 감독이 비난을 받는 빌미가 됐던 설기현과 곽태휘는 포스트시즌에 맹활약하며 김호곤 매직을 이끌었다. 설기현과 곽태휘는 포스트시즌에만 2골씩, 4골을 합작했다. 울산이 챔프전 2경기에서 넣은 2골 모두 설기현과 곽태휘의 발끝에서 터졌다. 울산 송동진 부단장은 “주전 선수의 이탈 없이 가능한 한 빨리 추가 전력 보강을 마무리해 내년 시즌에는 김 감독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의 히트 상품으로 평가받는 김호곤 매직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역전 우승이 힘들다는 건 알지만 기적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가운데 끝까지 잘 싸워준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큰 틀에서 보면 포스트시즌의 또 다른 승자는 울산이 아닌가 싶다. 울산을 이끌고 올라온 김호곤 선배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적장을 치켜세웠다.

전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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