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타거포 품귀시대…“대호, 左투수 좀 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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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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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타 통해 본 이대호의 가치는

이대호 (왼쪽), 무라타 슈이치 (오른쪽)
이대호 (왼쪽), 무라타 슈이치 (오른쪽)
일본 프로야구에는 좋은 왼손 타자가 많다. 오른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왼쪽으로 치도록 훈련시킨 타자들이다. 이들은 오른손으로 던지고, 칠 때는 왼쪽 타석에 들어선다. 올해 20홈런을 친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나 교타자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 등이 대표적이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왼손 투수가 효과적이다. 왼손 타자들이 많이 활동하면서 왼손 타자를 막기 위한 뛰어난 왼손 투수도 대거 등장했다. 올해 저팬시리즈 우승을 이끈 소프트뱅크의 스기우치 도시야나 와다 쓰요시 같은 투수들이 그 예다.

야구는 돌고 돈다. 왼손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다시 정통 오른손 거포가 환영받는 시대가 됐다. 한 야구 평론가는 “요즘 우승하려면 반드시 우타 거포가 필요하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롯데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대호는 때를 잘 만났다. 오른손 타자 이대호에게 꾸준히 눈독을 들여오던 오릭스는 최근 만남에서 이대호에게 2년간 총액 7억 엔(약 105억 원)을 제시했다. 이대호 본인조차 “깜짝 놀랐다. 만족스러운 금액”이라고 했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더구나 대부분 옵션이 걸리지 않은 보장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56홈런을 친 이승엽이 그해 말 롯데와 계약하면서 받은 금액은 2년간 5억 엔(약 75억 원)이다. 2006년 말 이병규(LG)는 주니치와 3년간 4억 엔(약 60억 원), 2009년 말 롯데로 건너간 김태균은 3년간 5억5000만 엔(약 83억 원)에 계약했다. 이 중 이승엽과 이병규는 왼손 타자다.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대호에게 오른손 거포라는 점은 후광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다른 선수들과 견주어도 이대호의 조건은 훌륭하다. 요즘 일본 FA 시장의 최대어는 요코하마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무라타 슈이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4번 타자로 나섰던 무라타는 정통 오른손 거포로 9년간 홈런 251개를 때렸다. 지난해 2억2000만 엔(약 33억 원)을 받았던 무라타에게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좌타자가 많은 요미우리다. 하라사와 아쓰시 요미우리 구단대표는 지난 주말 무라타에게 연봉 3억 엔(약 45억 원)에 다년 계약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3억5000만 엔(약 52억 원)을 받기로 한 이대호의 조건이 무라타에게 제시된 조건보다 낫다.

한때 일본 선수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선수가 이제는 일본 특급 스타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일본에 진출하는 날이 온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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