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31 패배에 울었던 나라, 31번째 경기서 처음 웃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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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꼴찌 아메리칸 사모아 202위 통가 상대 2-1 첫 승

30전 전패 17년 설움 날려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204위)인 아메리칸사모아의 선수들은 경기 후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모두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환희의 세리머니였다. 마치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듯했다.

이들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 1차 예선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그들에겐 역사적인 승리였다. 1994년부터 국제경기에 나선 이후 17년간 30전 전패를 기록한 끝에 이룬 승리였다.

아메리칸사모아는 23일 사모아의 아피아에서 FIFA 랭킹 202위 통가를 2-1로 이겼다. 아메리칸사모아는 전반 44분 라민 오트의 40m 중거리슛으로 첫 골을 뽑았다. 오트는 미군에 복무 중인 군인이다. 아메리칸사모아는 후반 29분 샬롬 루아니가 달려 나오는 통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두 번째 골로 승기를 굳혔다. 통가는 총반격에 나섰으나 후반 42분 우날로토의 헤딩골로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이전까지 아메리칸사모아는 월드컵 예선에 3번 참가해 12전 전패를 당했다. 월드컵 예선에서만 129골을 내주고 2골을 넣었다. 미국의 보호국인 아메리칸사모아는 인구 5만5000여 명의 소국이다. FIFA 랭킹에서 안도라, 사모아, 산마리노, 몬트세랫과 함께 공동 최하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 국제경기에서 30전패를 하는 동안 229골을 내주고 12골을 넣었다. 2001년 4월 호주와의 2002년 한일 월드컵 예선에서는 사상 최다 골 차인 0-31로 패했다. 당시 골키퍼였던 니키 살라푸는 이날 통가의 맹렬한 반격을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아메리칸사모아는 10월 20세 이하 미국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토머스 론건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론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보다 살라푸의 상처가 컸다. 사람들이 그를 만날 때마다 ‘당신이 31골을 먹은 그 골키퍼냐’고 묻는다. 그건 상상하기 힘든 상처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살라푸는 “오늘 나는 챔피언 같은 느낌이다. 과거는 잊고 싶다”고 말했다.

론건 감독은 “호주에 0-31로 진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었듯 오늘의 이 승리도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경기 승리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1, 2, 3차 예선을 치른다. 3차 예선 1위 팀은 월드컵 티켓 1장을 놓고 북중미 지역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아메리칸사모아는 사모아, 쿡 제도, 통가와 1차 예선을 벌인다. 2차 예선에서는 바누아투, 뉴칼레도니아, 타히티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아메리칸사모아 ::


호주 동쪽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일부다. 5개의 화산섬과 2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졌다. 1900년 동사모아가 미국령에 편입됐다. 이것이 아메리칸사모아다. 반면 서사모아는 독일령과 뉴질랜드령을 거쳐 1962년 독립했다. 1997년 서사모아에서 사모아로 국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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