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은메달리스트 김윤만(38),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최민경(29),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였던 김은진 씨(30)의 바람이다. 이들은 지금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 직원이다. 체육회에서 근무하는 총 170여 명 가운데 몇 안 되는 겨울 종목 선수 출신이다. 입사 4년째인 김윤만 씨는 태릉선수촌 훈련지원팀 대리로, 올해 입사 동기인 최민경 김은진 씨는 각각 선수 권익보호팀과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체육행정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을 1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 늦깎이 체육회 입사, 왜?
김윤만(이하 김)=처음엔 체육회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지도자 생활을 하다 스포츠 외교 과정을 공부하면서 체육행정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그때 마침 체육회 직원 모집 공고가 났고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체육회는 내 운명이었다.
최민경(이하 최)=선수 시절부터 스포츠 행정가가 꿈이었다. 체육회에 재수 끝에 입사했다. 2008년 김윤만 선배에게 밀렸다.(웃음) 그해 나경원 국회의원(한나라당)을 무작정 찾아가 체육특보가 됐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김은진(이하 진)=중학교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좋아했다. 손으로 스틱을 조정하고 발로 스케이팅을 하는 게 매력적이었다. 스물다섯 살 때 취미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대학 전공(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을 살려 아이스하키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07년 국가대표가 된 뒤 영화를 포기했다. 체육회에 입사한 건 비인기 종목을 활성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체육 행정, 선수 시절과 비교해보니?
김=선수 때는 나만 잘하면 됐다. 하지만 체육 행정은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태릉선수촌 업무를 맡으며 후배들이 전지훈련을 가서 최대한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데 보람을 느낀다.
최=메달리스트들은 ‘나라에서 모두 책임져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선수 스스로 영어와 상식을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체육회에서 은퇴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를 세워 힘이 되고 싶다.
○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하려면?
진=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낙후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세계 8강에 들 정도로 강하다. 중국은 국가에서 핀란드에 장기 훈련을 보낼 정도로 지원했고 일본은 클럽 팀이 활성화됐다. 한국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나 클럽에서 비인기 종목을 지원한다면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김=엘리트 선수와 클럽 팀이 조화롭게 발전해야 한다. 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만으로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가 금메달을 딴 건 ‘노장’ 이규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밴쿠버 3인방이 리더가 돼 세대교체를 서둘러야 한다.
최=아이스댄싱 등 취약 종목에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는 방법은 어떨까.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들 가운데 가능성 있는 인재를 키우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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