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선수들, 믿어주니 믿음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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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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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의 ‘최강 리더십’

온화한 미소 속에는 강한 집념과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전북 최강희 감독. 28일 전북 완주의 구단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믿음의 축구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온화한 미소 속에는 강한 집념과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전북 최강희 감독. 28일 전북 완주의 구단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믿음의 축구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9년 1월 성남 일화에서 방출된 이동국을 만났습니다. 재기하겠다는 눈빛이 강렬했죠. 그래서 뽑았습니다. 구단 프런트는 물론이고 팬들도 한물간 이동국을 왜 뽑느냐고 난리였죠. 하지만 지금 보세요. 우리 팀의 핵은 바로 이동국 아닙니까.”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52)은 뚝심의 사나이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으며 선수들을 조련한다. 전북이 K리그 정규시즌 1위를 굳혀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데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올라 2관왕을 목표로 하는 배경엔 최 감독의 고집과 집념이 버티고 있다. 2005년 7월 망가진 팀을 맡아 그해 FA컵 우승,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9년 K리그 우승을 이끈 그를 26일 전북 완주군 봉동 팀 숙소에서 만났다.

○ 재활공장장

최 감독은 다른 팀에서 버려진 스타급 선수를 많이 받았다. 그들의 가능성을 보고 선발했다. 전북이 지방 팀인 데다 명문 팀도 아니어서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기도 했다. 2009년 성남에서 버림받은 이동국과 김상식, 대구에서 방출된 에닝요를 받았다. 수원에서 2008년 방출된 루이스를 불러들였다. 아직 잠재력이 무한한데 그것을 살려주기만 하면 잘할 것 같았다.

이동국은 오자마자 21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오르며 팀의 K리그 첫 정상 정복을 주도했다. 올해는 16골(2위) 15도움(1위)으로 전북의 고공비행을 주도했다. 김상식은 주장을 맡아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을 잘 다독거리며 수비를 책임졌다. 이에 최 감독에겐 ‘재활공장장’이란 별명이 붙었다. 수비수 조성환 등 주전의 절반 이상이 이동국과 비슷하게 최 감독의 조련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 신뢰

“애들에게 공부해라 하면 더 하지 않듯이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할 일만 제대로 하면 저는 무한 자유를 줍니다.”

최 감독은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자율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는다. 경기를 준비하며 꼭 해야 할 것만 지시하고 준비시킨 뒤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잔소리를 많이 하면 선수들이 소심해진다. 언제나 과감하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감독 눈치 보며 빌빌거리면 안 된다는 지론이다. 주말 K리그를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준비시키고 금요일에는 쉬라고 한다. 그리고 축구 자체를 즐기라고 주문한다.

노장이든 젊은 선수든 언제든지 “잘한다”고 칭찬을 해준다. 최 감독은 “서른다섯 살인 김상식에게 은퇴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괜히 나이 많다는 이유로 눈치 볼까 봐 그런다. 늘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을 하면 선수들은 더 노력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서로 믿어주는 관계 속에서 신뢰가 쌓였다.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안다.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 덕에 이젠 전북에 오려는 선수도 많다.

○ ‘닥공(닥치고 공격)’은 팬 서비스

최 감독은 올 초 닥공 축구를 들고 나왔다. 팬들을 감동시키려면 공격축구를 해야 한다. 잠그면(수비) 비길 수는 있지만 이길 수는 없다. 그래서 이기고 있을 때도 교체 멤버를 공격수로 투입하는 등 공격축구를 구사했다. 결과는 대성공. 올해 16개 구단 중 66골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며 K리그 선두를 질주했다. 2위 포항(56골)보다 10골이나 많다. 평균관중도 1만5082명으로 4위까지 올라섰다.

“사실 잠그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다 경기를 망친 경우가 더 많다. 팬들도 잠그고 이기는 것보다는 화끈하게 공격하고 진 것을 더 좋아한다. 우리가 성공했으니 다른 구단들도 다음 시즌부터는 공격축구를 선보여 K리그가 박진감 넘친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대표 그만해, 동국아”


“(이)동국이도 많이 느꼈을 거다. 노장이란 자리가 참 불편하다. 대표팀보다는 K리그에 집중하라고 했다.”

이동국이 7일 열린 폴란드와의 평가전과 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 대표팀에 합류했다가 돌아온 뒤 실망을 많이 했다. 월드컵 꿈과 국가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합류했는데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해 ‘이동국 차출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하지만 K리그에서도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명예를 드높일 기회는 많다. 또 나이 어린 후배들 속에서 경쟁한다는 게 참 어렵다. 자기는 봉사라고 하지만 그라운드에 있어도 벤치에 있어도 눈치를 봐야 한다. 그래서 동국이에게 팀만 생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과 알사드(카타르)가 맞붙는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11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단판 대결로 펼쳐진다.

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최강희 감독 프로필 ::


△생년월일=1959년 4월 12일 △출신교=우신고 △프로 경력=포항제철(현 포항 스틸러스·1983년) 울산 현대(1984∼1992년) 205경기 10골 22도움 △대표 경력=1988년 서울 올림픽,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지도자 경력=수원 삼성 코치(1998∼2001년),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대표팀 코치(2002년), 국가대표팀 코치(2002∼2004년), 전북 현대 감독(2005년∼) △지도자 성적=FA컵 우승(2005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2006년), K리그 우승(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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