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좋은 감독’을 꿈꾼 이수철 전 감독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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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7시 00분


故 이수철 감독. 스포츠동아DB
故 이수철 감독. 스포츠동아DB
19일 이수철 전 상주 상무 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리그 승부조작 광풍 이후 정종관, 윤기원에 이은 세 번째 자살 사건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마음고생이 대단했다. 15년간의 코치직 생활, 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감독으로서 여정은 참담함으로 끝났다. 그는 금품 수수와 공갈 협박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됐다가 금품 수수만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미 그의 인생은 파탄 난 뒤였다. 돈 1000만 원에 오랜 세월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졌다. 또 두 달여 간 군 구치소에 머물며 승부조작 혐의가 있는 옛 제자를 바라보며 지냈다. 유치장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살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지도자를 잃는 건 우리 축구계에도 큰 손실이다. 이 전 감독의 지도를 받아왔던 상무 선수들은 “가장 열정적이고 유쾌한 교사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석에선 선수들과 형님, 삼촌 그리고 아우가 됐다. 어느 누구도 ‘제자 약점 잡고 늘어질’ 파렴치한으로 생각지 않았다. 창의적인 지도법도 인상적이었다.

이 전 감독은 “난 스타 출신이 아니지만 좋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해왔다. 제자 협박이란 최악의 혐의는 벗었어도 낙인찍힌 주홍글씨에, 그가 꿈꾼 ‘좋은 감독’이 될 기회조차 없을 것이란 불안감은 희망을 앗아갔다. 앞으로 똑같은 희생자가 나올까 우려된다. 더 이상의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축구계 전체가 힘을 모을 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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