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구읽기] 가을에 더 빛난 송승준의 포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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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7시 00분


고(故) 최동원 선배를 위해서라도 우승을 차지하겠다던 다짐 그대로였다. 롯데 송승준(위)은 6이닝 1실점의 역투로 팀이 1패 후 
1승을 따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 2차전에서 SK 이호준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는 송승준.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고(故) 최동원 선배를 위해서라도 우승을 차지하겠다던 다짐 그대로였다. 롯데 송승준(위)은 6이닝 1실점의 역투로 팀이 1패 후 1승을 따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 2차전에서 SK 이호준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는 송승준.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1·2구부터 승부하며 타자들 교란시켜
안정된 피칭 김사율, 뒷문 불안도 씻어
고든, 전준우에 홈런 맞은 실투 아쉬움


SK 고든과 롯데 송승준이 예상외로 호투하면서 양쪽 모두 1차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마운드를 운영해야 했다. 송승준도, 고든도 5회까지는 단 한 명의 주자도 2루에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투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송승준의 늠름했던 역투

1차전이 난타전이어서 2차전은 투수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염두에 뒀는데 두 선발투수가 그 이상의 멋진 투구로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줬다. 특히 송승준은 과거 포스트시즌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평소보다 포크볼을 많이 구사했는데 체력 부담이 큰 볼배합이라 4∼5회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정규시즌에 직구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고, 결정구로 포크볼을 즐겨 사용했다. 그러나 오늘은 1·2구부터 포크볼로 승부해 SK 타자들을 교란시켰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도 호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친 데다 1차전 연장까지 치른 탓인지 오늘 SK 타자들은 몸이 약간 무거운 듯 보였는데, 이 역시 송승준이 7회초까지 마운드에 오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고든의 아쉬운 투구 하나

고든의 투구 패턴도 평소와 달랐다. 준PO 3차전 선발등판 때처럼 직구의 빈도가 높았다. 원래 커브, 커터,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편인데 오늘은 직구, 특히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직구를 집중적으로 던져 범타를 많이 유도해냈다.

경기 초반 높은 직구에 롯데 타자들이 성급하게 방망이를 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면서 고든을 편하게 해줬다. 3회부터는 바깥쪽 낮은 직구를 섞어 던져 롯데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빼어난 투구였지만 실투 하나가 패착이 됐다. 6회말 전준우에게 맞은 홈런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몸쪽으로 붙이려면 좀 더 완벽해야 했다. 어정쩡하게 몸쪽을 타깃으로 삼았다가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됐다. 전준우는 바깥쪽 커브 같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곤 했는데 0-0이던 경기 흐름을 고려한 볼 배합이 필요했다.



● 엇갈린 불펜의 희비

롯데로선 또 하나의 수확이 마무리 김사율이다. 3점차라 여유도 있었겠지만 긴장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창 좋을 때처럼 변화구의 각도 컸다.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남은 경기 뒷문 불안에 대한 우려를 씻었다. 반면 SK는 8회말 이승호가 강민호에게 쐐기홈런을 맞았다. 2점차였던 만큼 1차전에 등판했던 박희수나 정우람을 그 전에 마운드에 올렸더라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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