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부와 명예 거머쥔 호날두, 부도 난 고향 섬 구하기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6)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8000만 파운드(약 1450억 원)의 이적료를 받았다. 그의 연봉은 200억 원이 넘는다. 후원을 포함하면 수백만 유로가 더 들어온다. 하지만 호날두가 태어나 기술을 익히며 성장한 고향은 스캔들에 가까운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에서 태어났다. 마데이라의 경제와 축구는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이 작은 섬은 73억 유로(약 11조60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마데이라 섬의 지불 불능 상태는 축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데이라 연고 최고 팀인 마리티모는 2009년 바레이로스 스타디움 건설을 시작했지만 절반도 짓기 전에 중단했다. 호날두는 마데이라 섬의 그 어떤 팀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맘만 먹으면 유럽연합(EU)이 포르투갈의 빚을 갚아줬듯 마리티모의 빚을 탕감할 수 있다.

캐스트롤이 스폰서를 한 영화는 잘생긴 호날두를 분석한다. 스피드와 파워, 움직임, 정신력 등 호날두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든 자질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호날두를 좋아하는 팬들은 역대 최고의 선수로 본다. 하지만 필자의 의견은 다르다. 아르헨티나 출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호날두에 비해 키는 작고 파워는 떨어지지만 금세기 최고의 선수다. 메시는 개인기를 발산하는 호날두와 달리 완벽한 팀 플레이어다.

둘 다 위대한 선수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반열에 올랐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전설 에우제비오를 능가하는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흑진주’ 에우제비오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모잠비크 출신임에도 포르투갈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호날두는 여덟 살 때 마리티모가 후원하는 안도린하 클럽에서 뛰었다. 열 살 때는 마리티모의 라이벌인 나치오날에 속했다. 나치오날은 마리티모보다 돈도 많고 선수도 잘 키운다는 자부심이 있다.

마데이라 섬의 정치 판도는 다소 혼란스럽다. 수많은 부채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는 알베르투 후앙 자르딤 주지사는 마리티모를 지원한다. 반면 그의 정치 라이벌은 나치오날의 팬이다. 나치오날이 호날두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마데이라 섬에선 빅 뉴스였다. 나치오날은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마데이라 스타디움을 건설하고 있다. 마리티모 스타디움은 예산 부족으로 리노베이션이 중단됐다. 나치오날은 호날두란 세계적인 스타를 만든 유소년 아카데미를 자랑스러워한다. 마리티모는 마데이라 섬에서 유럽피언 클럽 축구대회에 가장 먼저 출전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평균 관중이 3500명 밑으로 떨어졌다.

호날두는 열두 살 때 마데이라를 떠났다. 스포르팅 리스본으로 가 모든 연령대에서 주전으로 뛰었고 열여섯 살 때 1군 주전이 됐다. 그리고 열여덟 살 때 1200만 파운드(약 220억 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세계적 선수가 됐다. 호날두는 다시 8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둥지를 틀었다.

호날두가 마데이라에서 리스본, 맨체스터, 마드리드로 옮기는 과정에서 호날두는 물론이고 구단이 모두 이득을 챙겼다. 호날두의 부와 명예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반면 그의 고향 마데이라 섬은 침몰하고 있다. 큰 부와 명예를 챙긴 호날두가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호날두는 이제 고향이라는 이름으로는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해 버렸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