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1타차로 날아간 1000만 달러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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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챔피언십 우승 불발

232야드의 18번 홀(파3). 최경주(41·SK텔레콤)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티샷이 그린 왼쪽 짧은 러프에 떨어졌다. 클럽하우스 리더(경기를 먼저 끝낸 선두)였던 빌 하스(미국)와는 1타 차. 동타를 이루려면 버디가 필요했다. 17번 홀(파4)에서 22야드 칩인 버디를 낚으며 갤러리를 열광시켰던 그는 비슷한 거리에서 회심의 칩샷을 날렸으나 핀을 향해 구르던 공은 컵 2m 전방에서 멈췄다. 최경주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딱 1타가 부족했다. 26일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최경주는 7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1000만 달러(약 119억 원)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와 14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동시에 노릴 수 있었던 연장전에 1타 차로 오르지 못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최경주는 41만8667 달러의 상금에 플레이오프 랭킹 11위에 따른 보너스 30만 달러를 받게 됐다.

이날 플레이오프 랭킹 상위 선수들이 줄줄이 부진했기에 최경주는 우승만 했다면 2500점의 랭킹 포인트를 추가해 단번에 1140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8번 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오른쪽 러프 지역의 맨 땅에 떨어진 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겨 깊은 러프에 빠져 네 번째 샷 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렸으나 3m 남짓 보기 퍼트마저 실패했다. 최경주는 "우승 상금 1000만 달러를 의식해 가끔 압박이 찾아와 몇 번 실수가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페덱스컵 리셋 포인트가 최경주(13위)보다 낮은 25위였던 하스가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1위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시스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막판까지 흥미를 끌기 위해 플레이오프 성적에 따른 리셋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평소 성적을 무시한 채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인트 랭킹 1위였다가 이번 대회 공동 22위의 부진으로 포인트 랭킹 2위로 밀려난 웹 심슨(미국)은 "진정한 최고 선수를 가리는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는 "우리가 구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흐뭇해했다.

29일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위해 27일 귀국하는 최경주 역시 "1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 순간은 많았지만 잊지 못할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미국PGA투어를 마감한 그는 올 시즌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과 투어챔피언십 선전 등으로 21개 대회에서 상금 443만 달러를 벌어 상금 랭킹 4위에 올랐다. 25개 대회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458만 달러를 기록한 2007년에 버금가는 제2의 전성기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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