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한물갔다고? 이대로 끝낼순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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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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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은 22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챔언십, 하이트 챔피언십에 잇따라 초청선수로 출전한다. KLPGA 제공
박지은은 22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챔언십, 하이트 챔피언십에 잇따라 초청선수로 출전한다. KLPGA 제공
■ 허리 부상 시련 딛고 3년 4개월 만에 국내대회 출전 ‘버디퀸’

시차 때문에 2시간밖에 못 잤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힘이 넘쳤다. 늘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가슴이 설레요. 긴장도 되네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버디퀸’으로 이름을 날리던 박지은(32)이다. 그는 22일 평창 알펜시아트룬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제33회 메트라이프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21일 귀국했다. 국내 대회 출전은 2008년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평소 통화가 안 되기로 유명하던 박지은이 20일 휴대전화로 연결된 것만 해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변화는 또 있었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국내 대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이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에 2주 연속 홈팬 앞에 나선다. 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과 국내 여자프로 하이트챔피언십에 초청을 받았다. 오랜 부상으로 뛰고 싶어도 뛸 수 없었던 갈증을 풀기 위해서다. “아직 박지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기뻐요. 몸 상태도 좋아졌고 후반기 들어 샷감도 살아난 만큼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2004년 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안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베어트로피를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린 박지은. 하지만 이듬해 허리 부상이 심각해지면서 복대를 차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상태는 더욱 악화돼 2년 전 고관절 수술에 지난해 다시 허리 수술까지 받으며 슬럼프에 허덕였다. 클럽을 놓을 각오로 수술대에 올랐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나을 만하면 통증이 재발하면서 이대로 은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시련은 오히려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힘들어서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때려치울까 망설였죠. 쉬는 동안 골프 중계를 보면서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이대로 관둘 순 없다고 스스로 채찍질했죠.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했던 나태한 자세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올 들어 컨디션을 회복한 박지은은 출전 자격이 되는 모든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개 대회 미만으로 출전한 그는 올 시즌 14개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감전된 듯 찌릿찌릿하던 허리도 괜찮아져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해졌다.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전 대회 출전은 신인 때인 2000년 이후 처음이에요. 개근상이라도 받아야 해요. 미국 대회가 너무 줄어들어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차츰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어요.”

5월 애브넷클래식 1라운드에서 67타를 치며 공동 선두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는 공동 13위로 마쳤다. 지난해 고려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만을 남겨둔 박지은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남자친구도 있어 새로운 인생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당면 과제는 프로 골퍼로서 마지막 꽃을 피우는 일이다.

골프 스타 중에는 정상을 질주하다 한 번 추락하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그랬고 최근 타이거 우즈(미국)도 비슷한 처지다. 박지은은 어떨까. “골프는 멘털 게임이라고 하잖아요. 육체적으로 준비가 됐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에요.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하고…. 오래 쉬다 보면 조급해지고 소심해지거든요. 쉽지 않겠지만 이겨내야죠.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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