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야구팬이 영웅 최동원을 보내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9월 15일 07시 00분


죽음 앞에서도 흔들림 없던 기개
불꽃같은 인생에 경의 표합니다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14일 새벽 지병으로 타계했다.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의 별세 소식을 들은 지 1주일 만이니, 야구팬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타자와 최고의 투수를 모두 잃게 되었다. 지난 7월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레전드 매치에 참석해 누가 봐도 병색이 완연하건만 애써 부인하던 그 수척한 얼굴이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니 쓸쓸하고 애달프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책임지며 롯데에게 우승을 선사했던 그. “동원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한마디에 기어코 7차전의 마운드에 섰던 그 기개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홈런을 맞더라도 피해가는 법이 없고,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부조리를 헤쳐 가던 모습. 투구폼 만큼이나 다이내믹했던 불꽃같은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우리는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건만 팬들은 그렇게 함께 울고 웃던 소중한 선수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슬픔’이나 ‘허전함’을 넘어선 정신적인 통증을 느낀다. 그건 단지 내가 그들을 응원한 세월이 길어서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내 삶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내 인생의 갈피갈피마다 존재했던 그들이 떠날 때마다, 그들의 플레이에 환호하며 보냈던 내 청춘의 한조각도 떨어져 나가는 듯해서 못내 가슴이 시리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당부한다. 성적도 좋고 기록도 좋지만 무엇보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었으면 한다. 비록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영광과 환희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을지라도, 팬들의 마음 한 편에는 언제나 그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 팬들과 더불어 늙어가며 그 자리에 오래도록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구율화,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